[롯데손보 콜옵션 연기] 2주 전 결정했는데 왜…투자자 불만 속출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은별 이수용 기자 = 롯데손해보험[000400]이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와 번복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투자자 신뢰도가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콜옵션 행사의 선결 조건인 자본 비율 확충과 금융당국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와의 소통도 없이 무리하게 행사를 진행했다는 비판이다.
'5년 콜옵션' 관례가 깨진 데다 그 과정에서 투자자 신뢰를 훼손하면서 그간 탄탄했던 금융기관 자본성 증권에 대한 투자 심리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자료: 연합뉴스 자료사진]
◇ 콜옵션 행사 어려움 명백한데…당국 협의 안됐다
8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롯데손보가 제8회 후순위 채권의 콜옵션(조기상환권)을 이날(8일) 행사하겠다고 예탁결제원에 전달한 것은 약 2주 전인 지난달 하순이었다.
그러다 행사일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돌연 행사를 연기하겠다고 알렸다.
이는 콜옵션 행사의 '선결 조건'인 자본 확충·금융당국 승인 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행사를 강행한 탓이었다.
후순위채의 콜옵션을 행사하기 위해선 지급여력비율(킥스·K-ICS)이 150% 이상인 경우에 일정 조건을 만족한 뒤 금융감독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해당 후순위채 콜옵션을 행사해 원리금을 상환하면, 롯데손보의 지급여력비율이 150%를 약간 밑돌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자본 확충 방안 제시나 금융당국과의 협의 등이 원활하지 않았고, 롯데손보는 이런 상황에서 콜옵션 행사가 가능하다고 예탁원과 투자자 등에 안내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콜옵션을 행사하지 못할 상황인데도 행사가 불가한 것을 숨긴 것"이라면서 "금감원의 승인을 받지도 못한 상황에서 임의로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예탁원과 투자자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런데도 그동안 투자자가 관련 내용을 문의하면 '당연히 콜옵션을 행사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 한발 늦게 안 채권개미…자본성 증권 투심 '흔들'
콜옵션 행사가 연기된 이번 롯데손보 후순위채를 비롯해 보험사 자본성 증권은 대부분 리테일 창구를 통해 판매돼 개인·법인 채권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거래소 장내 채권시장에도 상장된 종목이었다.
문제는 이번 콜옵션 행사·번복 과정에서 명확한 공표 창구가 없었다는 점이다.
콜옵션 일정 변경은 지난 7일 오전 예탁원을 통해 전달됐는데, 기관 투자자만 접근할 수 있는 예탁원 '이세이프' 등이 아닌 공개된 곳에서 개인이 즉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각 증권사가 개별 투자자에게 일일이 알리는 식으로 정보 전달이 이뤄지면서, 일부 개인 투자자는 행사가 번복된 것을 전일 오후 늦게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일 롯데손보의 8회 후순위채는 장내에서 개장 직후부터 민평금리보다 170bp 이상 높게(가격이 싸게) 거래됐다.
사실상 '5년 회사채'로 여겨지던 종목의 상환이 지연되는 대형 이벤트임에도 전달조차 원활하지 않았던 셈이다.
이번 사태로 리테일 채권의 '효자 종목'이었던 금융기관 자본성 증권 투자 심리 역시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신용등급이 우량하지 않은 보험사 자본성 증권 위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는 "애매한 등급의 보험사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은 한동안 투자 심리에 영향이 있을 듯하다. 리테일 채권 고객들은 소문에 예민한 편"이라면서도 "수일 내로 해결이 되면 괜찮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고금리 수요는 여전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또 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는 "금리 하락기라 고금리 후순위채 등의 투자가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듯하다"고 했다.
ebyun@yna.co.kr
sylee3@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