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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잃은 증권사③] IT 투자는 늘어나는데…사별 제재 이력은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한 거래가 고도화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은 정보기술(IT)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일부 대형사의 전산운용비는 이미 연간 1천억원 수준을 넘어갔다. 그럼에도 사고는 반복됐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키움증권과 삼성증권은 전산운용비로 각각 1천97억원, 1천55억원을 사용했다.
전산운용비는 증권사가 MTS·HTS를 포함해 거래에 필요한 전산 시스템을 운영하고 유지보수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비용, 인건비, 보안·백업 비용, 클라우드·데이터센터 비용 등이 해당 항목에 포함된다.
증권사는 전산운용비를 투자해 서버 용량을 늘려, 트래픽 급증 상황에서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해둔다.
이 항목에 가장 돈을 많이 쓴 회사는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1천97억원을 투입했는데, 이는 2023년보다 15.6% 늘어난 수준이다. 삼성증권도 같은 기간 전산운용비를 10% 가까이 늘렸다.
투입 비용은 늘었지만,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4일 개장 직후와 탄핵심판 선고 도중 키움증권의 MTS와 HTS를 통한 일부 주문 체결이 지연됐다. 이틀 연속, 한 시간 이상 거래가 지연되면서 투자자의 불만이 커졌다.
비슷한 시기, 미래에셋증권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프리마켓 시간대 거래가 지연됐다. 미래에셋증권은 키움증권과 삼성증권에 이어 세 번째로 전산운용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 회사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은 897억원을 투입했으며, 이는 2023년보다 12.1% 늘어난 금액이다.
당국도 반복되는 사고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기업공개(IPO) 시장의 활황 시기, 국내 증권사들은 공모주 투자를 위해 들어온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했으며, 이에 여러 차례 전산 사고가 반복됐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21년 카카오뱅크의 상장 첫날 MTS 장애가 발생한 데 이어, 사옥 전원 공급 문제에 전산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금감원은 정기검사를 통해 이와 관련된 내용을 살폈으며, 검사 결과에서도 이를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정기검사에서 IT부문의 감사체계에 대해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개선 필요 사항에서도 IT 관련 지적이 많았다.
지난해 두 차례 MTS 사고를 일으킨 신한투자증권은 당국으로부터 기관주의 제재를 받았다. 또한 과태료로 8천만원을 납부했다. 금감원이 파악한 사고 금액은 5억3천만원 수준이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간편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고, 클라우드를 전환했는데 이와 관련해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다.
과거 사례에 대한 제재도 최근 확정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유안타증권에 기관주의 및 과태료 조치를 내렸다. 이들 증권사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거래를 중개했는데, 지난 2020년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증권사의 시스템에서 가격을 인식하지 못하는 오류가 발생했다. 전산장애로 투자자들은 매도 주문을 넣을 수 없어, 손실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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