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복현 "경직된 태도·원칙 집착해 송구…제 부족 탓"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퇴임하며 "경직되고 원칙에 대한 집착으로 금융회사와 여러 기관에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원장은 이날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읊으며 "그간 마음에 담아왔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을 보다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조직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너무 이른 시기에 양보를 강요받게 된 선배님들, '더 빨리, 더 높이'를 요구하는 저의 욕심을 묵묵히 감당해주신 임직원에게 감사하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금융 이슈를 대함에 있어 저의 경직된 태도, 원칙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부담과 불편을 느낀 여러 유관기관, 금융회사나 기업의 관계자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면서 "모두가 다 제가 부족한 탓"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지난 3년 임기 동안 크고 작은 사고와 사태를 겪으면서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와 여러 금융회사와 부딪혀왔다. "매운맛을 보여줄 것" "직을 걸겠다"는 등 다소 격양되고 강한 발언으로 자주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원장은 2022년 9월 레고랜드 사태부터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부동산 PF 부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위메프·티몬 판매자 미정산 사태와 최근 홈플러스 회생신청과 MBK 논란까지 대규모 경제 사건 등을 나열하면서 "금감원 본연의 역할에 더욱 집중하며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된 역설적인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떠나면서 몇 가지 부탁도 잊지 않았다.
이 원장은 "금융개혁은 생산성 확보를 위한 경제구조 개선의 시발점"이라며 금융개혁을 지속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금융은 효율적 자원배분 중개가 그 핵심 기능"이라며 "우리 경제의 현실을 고려할 때 당국과 금융회사, 기업, 투자자 등 모든 참여자들이 지속적인 금융개혁을 위해 합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또 "지난 몇 년간 금감원의 위상이 조금이나마 높아졌다면, 이는 다양한 정부 부처와의 적극적인 정보 공유 및 협업 덕분"이라며 "우리가 가진 정보와 다양한 분석을 관계기관과 공유하고 협력하여 긴밀한 신뢰 관계를 지속해 달라"고 했다.
이 원장은 마지막으로 "기관 간 업무 범위가 불명확한 이슈에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먼저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경제·금융의 사안과 관련해 초기 대응이 부적절하다면 이는 결국 시장안정과 검사·제재 등을 담당하는 우리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금융 전문가 조직으로서 업무 범위와 영역을 확장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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