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시 "李정부, 변동성 적절 관리·원만한 환율협상 기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새 정부의 출범으로 지난해 12월 시작된 극심한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도 마무리되어가는 수순이다.
서울외환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이재명 정부가 향후 경제 성장, 미국과의 무역 및 환율 협상, 환율 변동성 및 레벨 관리 등을 위해 노력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우선 정부가 환율 변동성을 적절하게 관리해주길 바라고 있다.
작년 말부터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미국 신정부 출범과 고율 관세 정책 등을 겪으면서 달러-원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됐는데 이제는 안정을 되찾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환율이 예상을 뛰어넘는 움직임을 보이면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 수출, 수입 업체들이 위축될 수 있고 투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A은행의 외환딜러는 5일 "변동성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면서도 "과도한 약세, 강세가 나타나면 오히려 기업들이 위축되므로 어느 정도 안정성을 기본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출, 수입업체 입장에서는 사전에 계약한 금액이 있는데 환율이 너무 왔다갔다하면 이로 인해 벌기도 하지만 잃기도 한다"며 "계산이 서지 않으면 투자도 잘 되지 않는다. 계산이 서는 경제 환경이 좋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미국과 오는 7월 타결을 목표로 진행 중인 무역 협상, 그 일환으로 진행되는 환율 협상을 원만하게 진행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데도 이견이 없다.
아울러 먹구름이 낀 경제 성장세를 끌어올리는 것도 당연한 과제라는 인식이다.
결국 이런 난관들을 잘 헤쳐 나가면 환율 안정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란 게 시장 참가자들의 생각이다.
B은행의 딜링룸 헤드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성장에)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면서 "미국과 관세 협상은 정부가 당연히 적극 나설 일이고, 큰 그림에서 5년 플랜을 갖고 경제 정책을 펼치면 자동적으로 환율도 안정화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그는 "관세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 투자가 많이 지연돼왔고, 이로 인해 상반기에는 대고객 수요가 작년 대비 많이 줄었다"며 "큰 틀에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면 환율 안정 등 나머지 부분들은 자연스럽게 우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고환율 현상을 바로잡아달라는 목소리도 있다.
고환율이 고물가로 이어져 국민 부담을 가중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4월 달러-원은 1,500원 턱밑까지 올랐다가 서서히 레벨을 낮춰 최근 1,300원 중반대로 내려왔다.
변정규 미즈호은행 서울지점 딜링룸 그룹장(전무)은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물가를 잡아야 한다"며 "과도한 환율 변동성이나 너무 높은 환율은 국민 생활에 부담을 주고 물가도 상승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쌀값 급등이 주는 시사점이 있다. 엔저가 과도하게 오래 진행된 데 따른 결과"라면서 "이를 반면교사로 보고 과도한 변동성, 높은 환율을 잘 제어하는 경제 정책을 효율적으로 펼치면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변 전무는 "돈이 들어오는 데 성장이 있으므로 해외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며 "나갔던 서학 개미 자금을 다시 한국으로 되돌리는 정책을 통해 물가와 환율, 투자, 경제 성장을 한꺼번에 잡는 방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정책 조화도 바라고 있다.
그간 경기 부양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듯한 모습이 엿보였는데 앞으로는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이 보다 더 조화를 이루길 바란다는 것이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통화 정책, 재정 정책 어느 쪽이든 경기 부양에 앞서야 한다고 했을 때 서로 미루는 느낌이 있다"며 "폴리시믹스가 잘 되는 것이 좋다. 이것이 성장과 해외 투자 유치에도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해온 정책들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달라는 주문도 있다.
단순히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기존 정책을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앞선 외환시장 전문가는 "투자자들이 한국과 관련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 연속성 이런 부분이다"라며 "전 정권에서 추진하던 정책이어도 행정부 주도로 해 오던 정책은 유지하는 것이 투자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시행한 지 만 1년이 되어가는 야간 시간대 연장 거래, 금융기관이 아닌 기업 등 고객과 금융기관 간 거래를 중개하는 애그리게이터 도입이 안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B은행 헤드는 "진행해온 환시 관련 정책들이 정착될 필요가 있다"면서 "애그리게이터는 대고객 부분의 변화를 불러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사업인데 조기에 정착되는 것이 급선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추가적인 변화(정책)도 좋을 수 있지만 너무 많은 변화가 일어나면 안정화되기 쉽지 않으므로 먼저 현재 진행 중인 정책이 자리를 잡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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