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바이 코리아] 패시브 아닌 액티브…첫째·둘째·셋째도 하이닉스
반도체 넘어 방산·원전 '콕' 찍어 산다
삼성전자 YTD 순매도 속 차별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연초 이후 코스피가 2,800선을 돌파하며 강세장을 연출하는 가운데 증시 랠리를 이끄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패턴이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시장 전체를 사는 '패시브' 자금을 넘어, 특정 산업의 성장성에 베팅하는 '액티브' 자금의 성격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들은 반도체 대장주인 SK하이닉스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도 연간 기준으로는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팔아치우는 등 선별적인 접근을 보였다.
대신 방산, 원자력, 전력기기 등 특정 테마주를 집중 매수하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모습이다.
◇코스피 2,800 돌파의 주역 '외국인'…첫째·둘째·셋째도 하이닉스
9일 코스피는 2,860선에서 거래되며 연초(1월 2일, 2,398.94) 대비 19% 이상 급등했다. 특히 이달 들어서만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매일 연고점 경신 중이다. 이러한 상승 동력의 핵심에는 외국인의 강력한 순매수세가 있다.
외국인의 매수 흐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거와 같은 '묻지마 바이 코리아'와는 거리가 멀다. 업종별 차별화 흐름이다.
외국인이 올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SK하이닉스다. 1조76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성장을 겨냥한 베팅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연초 대비로도, 최근 한 달간으로도, 최근 일주일간으로도 외국인의 순매수 1위를 달성했다.
반면, 연초 이후 외국인은 국내 증시 시총 1위 종목인 삼성전자를 4조1천190억원 순매도하며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최근 일주일간 4천425억원을 순매수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SK하이닉스(7천억원 순매수)보다는 매수세가 적다. 인덱스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보다는 액티브 투자의 성격이 짙은 대목이다.
코스피의 또다른 대형주 현대차는 연초 이후(-1조8천34억원), 최근 한달(-2천307억원), 최근 일주일(-829억원) 모든 기간에서 매도 상위권을 유지했다.
◇ 'K-방산·원전' 집중 매수…배터리·자동차는 외면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파는 동안 채운 종목들은 명확하다.
대표적으로 방산업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8천390억 원), LIG넥스원(4천675억 원), 현대로템(3천261억 원) 등이 연초 이후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에 대거 포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K-방산의 수출 기대감이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원자력·전력 인프라 관련주에 대한 사랑도 뜨거웠다. 두산에너빌리티(6천690억 원)는 SK하이닉스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이어 외국인 순매수 3위를 기록했고, 한국전력(5천594억 원), 효성중공업(4천88억 원), HD현대일렉트릭(3천760억 원) 등도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반면 2차전지 및 자동차 관련 대형주는 외국인의 매도 리스트에 올랐다. 삼성SDI(-8천35억 원), LG에너지솔루션(-6천624억 원), LG화학(-5천273억 원) 등은 연초 이후 외국인 순매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캐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책 기대감 속 '바이 코리아' 지속될까
전문가들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 증시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유효한 만큼, 외국인의 선별적인 순매수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과 향후 정책의 구체화 여부가 외국인 수급의 강도를 결정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LS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현재 외국인 지분율은 31.3%로 과거 평균(33.1%)에 못 미쳐 추가 순매수 여력이 충분하다"며 "안정적인 배당성향 상승만 나타나더라도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저평가된 한국 증시는 재평가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외국인 매매 동향
kslee2@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