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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모저모] SK㈜ 주가 오를수록…커지는 최태원 '괴리감'

2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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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모저모] SK㈜ 주가 오를수록…커지는 최태원 '괴리감'



(서울=연합인포맥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주가'에 진심인 사람이다. 상장사라면 당연히 주가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고 믿는다. 영업실적뿐 아니라 주주가치 제고 등 다양한 방법으로 몸값을 끌어올리고 시장에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실제로 SK그룹에서 주가는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평가 지표다. 그렇다 보니 최 회장이 주가 부진을 이유로 계열사 CEO를 질책했다는 것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연장선상에서 그가 대표이사로 있는 SK㈜가 작년 10월 국내 지주사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했을 때 시장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강했다.

단상으로 향하는 최태원 회장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런 최 회장조차 SK[034730]㈜ 주가에 대해선 좀처럼 손쓸 방도를 찾지 못했다. 각종 리밸런싱 노력에도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더니 SKT 해킹 사태를 만나 지난 4월 10만원대 초반까지 밀렸다. 2021년 장동현 부회장(당시 SK㈜ 대표이사)이 호언장담했던 '2025년 주가 200만원'은 SK 내부에서 금기어가 된 지 오래다. 매년 주주총회에서는 주주의 호통과 경영진의 사과가 반복됐다.

SK㈜ 주가가 뛰었다. 그것도 3영업일 연속. 19.77%나 껑충. 지난 2일 16만3천400원에 마감했던 주가가 이튿날(영업일 기준) 18만700원으로 10.59% 오르더니 5일과 9일엔 각 3.49%, 4.65%가 상승했다. 금액으로 계산하면 사흘 만에 3만2천300원이 올랐다.

[출처: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8103)]





[출처: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5000)]





최 회장이 간절히 기다리던 소식이다. 하지만 마냥 반가워할 수는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걸었던 상법 개정안과 자기 회사 주식(자사주) 의무 소각 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 처리를 예고했다.

지난 3일 대선 이후 민주당은 171석을 가진 '거대 여당'이 됐다. 번번이 법안 처리를 가로막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사라지며 입법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이러한 이유로 신정부 출범 사흘 만에 코스피가 2850선을 넘는 등 증시가 활황이다. 그중에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영향이 유독 강하다고 평가받던 SK㈜와 삼성물산[028260], ㈜한화[000880], CJ[001040]㈜, ㈜LS[006260], ㈜LG[003550] 등 지주사의 주가 상승세가 특히 도드라졌다.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 외에도 집중투표제 도입, '3%룰(감사위원 선임시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등이 담겼다.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법안보다 소액주주 권익 보호 측면에서 더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 시행도 '1년 유예'에서 '공포 즉시'로 바뀌었다. 이를 통해 자본시장 선진화를 촉진하겠다는 게 이재명 정부의 구상이다.

간담회 참석하는 이재명 대선 후보-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2025.5.8 [국회사진기자단] photo@yna.co.kr





여기서 최 회장의 고뇌가 시작된다. 역할, 또는 상황에 따른 '이해 충돌'이 발생하며 생기는 문제다.

현재 최 회장은 개인(자연인)이자 기업 CEO인 동시에, SK그룹 총수이고,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다.

각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다 보면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판단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순간이 생긴다. 어느 하나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불가피하게 개인의 신념과 상충하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다.

그동안 SK는 재계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이사회 중심 경영을 펼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누구보다 주주 가치 제고에 앞장선 것도 물론이다. 진정한 밸류업을 위해서는 거버넌스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판단, 선진화된 기업의 모습을 갖추는 데 집중한 결과다. 여기엔 '오너 경영인'인 최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그룹 경영권 문제가 결부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작정 상법을 고치고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해 주주 권익을 우선시하자고 주장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대한상의 회장으로서도 마찬가지다. SK그룹 총수로서 경영권을 위협할 리스크를 최대한 없애고 대한상의 회장으로선 회원사들의 입장을 최대한 대변하는 게 그의 '역할'이다.

최 회장이 상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처음 공개적으로 밝힌 건 지난 3월이다. 작년 11월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관련 논의가 본격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늦은 편이다. 같은 경제단체장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작년 11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반대 입장을 전한 것과도 차이가 있다.

평소 재계의 애로사항을 가감 없이 건의하던 모습과도 달랐다. 당시 최 회장은 "한국 경제에 불안 요소가 많은데 상법 개정은 또 하나의 불확실성이 생기는 것"이라며 "지금 타이밍에 꼭 해야 하는지 의문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사실상 '내용'보다는 '시점'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사흘 연달아 오른 SK㈜ 주가는 10일 장초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 처리가 가까워질수록, 그리고 실제 국회 문턱을 넘은 이후에 SK㈜ 주가는 어떻게 될까. 주주와 시장관계자들의 눈이 SK에 쏠린다. (산업부 유수진 기자)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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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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