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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고래 NPS] 이제는 '언헤지' 고민…300억달러 향방은

2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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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고래 NPS] 이제는 '언헤지' 고민…300억달러 향방은

과거 200억달러도 2년 걸려…캐나다식 해법도 고민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국민연금이 올해 초 시작한 전략적 환헤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만, 이제는 '언헤지'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총 300억달러 규모의 환헤지 포지션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외환시장에 또다른 충격을 줄 수 있어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전략적 환헤지를 중단하기로 했다. 당초 해외자산의 10%인 480억달러까지 헤지가 가능했지만 환율이 빠르게 안정되면서 실제 헤지 규모는 150억달러 수준에서 조기 종료됐다.

문제는 이 전략적 헤지 150억달러에 기존 전술적 헤지 150억달러를 합치면 총 300억달러의 달러 매도 포지션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이를 모두 정리하는 '언헤지' 과정이 국민연금의 새로운 숙제가 됐다.

◇과거 200억달러도 2년 소요…현재는 1.5배 규모

과거에도 언헤지는 힘들었다. 국민연금은 2015년 말 해외채권 환헤지를 100%에서 0%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을 때 2년이라는 긴 시간을 들였다.

당시 해외채권 규모 200억달러를 2016년 말 100%→2017년 말 50%→2018년 말 0%로 단계적으로 축소했다. 현재는 헤지 규모가 300억달러로 과거보다 1.5배나 크다.

외환시장 유동성이 그때보다 커졌다고는 하지만 단기간에 모든 포지션을 정리하기는 어렵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언헤지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사서 한은 스와프를 상환하거나, 해외자산에서 나온 달러를 재투자하지 않고 상환에 쓰는 것이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300억달러라는 대량의 달러를 사면 환율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애써 1,450원대에서 1,350원대로 안정된 환율을 재차 밀어올리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재투자 유보도 한계가 있다. 2028년까지 해외투자 비중을 60%로 늘릴 계획인 상황에서 달러 수요는 지속 발생한다. 결국 언젠가는 달러를 사야 하는 셈이다.

◇"연못 속 고래" 딜레마…캐나다식 해법도 어려워

국민연금의 고민은 세계 3위 규모 연기금이 갖는 숙명이다. 해외투자는 늘려야 하지만 움직일 때마다 시장에 파장을 일으켜 결국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연못 속 고래' 효과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국민연금은 과거 캐나다 연기금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방안도 내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AAA 신용등급으로 외화 채권을 발행해 외화를 조달하고 있다. CPPIB는 최대 1천억캐나다달러(약 100조원)까지 외화채를 발행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연 6% 이상의 수익을 내는 상황에서 저금리로 해외 채권을 발행하면 달러 매수 부담도 덜고 레버리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민연금법에 기금의 외부차입이나 채권발행 근거가 없어 법 개정이 필요한 데다가 차입 투자에 대한 국민 정서 부담으로 아이디어 단계에 머물렀다.

◇"단계적 접근 불가피…최소 2년 이상"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과거 해외채권 환헤지 축소 때처럼 상당한 시간을 들여 단계적으로 언헤지를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행히 최근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은 국민연금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연금의 달러 매수가 오히려 과도한 원화 강세를 막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수백억달러 규모를 단기간에 정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최소 2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연합뉴스TV 제공]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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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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