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한화 주가 급등에…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한화家 삼형제

25.06.11
읽는시간 0
㈜한화 주가 급등에…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한화家 삼형제

이재명 대표 시절 제기한 '증여세 절감 꼼수' 의혹 벗어

이달 말 주가까지 증여세 산출에 포함…예상보다 부담 커질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한화그룹 지주사격 회사인 ㈜한화의 주가가 최근 급등했다. 이에 따라 김동관 부회장 등 한화가(家) 삼 형제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에 놓였다.

세 사람은 지난 4월 부친 김승연 회장으로부터 ㈜한화[000880] 주식을 물려받아 조만간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급격한 주가 상승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둘 다 미친다.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제기했던 '증여세 절감 의혹'에서 벗어나게 됐지만,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당초 예상보다 규모가 커진 증여세를 부담할 가능성이 커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세 아들.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11일 재계에 따르면, 김동관 부회장 등 한화 삼 형제의 증여세가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상법 개정안 통과 등 자본시장 선진화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며 ㈜한화 주가가 이례적으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10일 ㈜한화 주가는 직전일 대비 3.37% 오른 9만5천100원에 마감했다.

㈜한화 주가는 지난달 말부터 전례 없는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 하루(5일)를 제외하고 계속 상승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지난 5월12일 4만8천900원에서 6월10일 9만5천100원으로 94.48%가 올랐다.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최근 3년간 평균 주가가 3만원 미만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전벽해라고 볼 수 있다. ㈜한화 주가는 2017년 8월 이후 최근까지 5만원을 넘었던 적이 없다. 2020년 3월 27일엔 장 중 한때 1만1천85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출처: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5000)]





주가 급등의 원인으로는 이재명 정부 출범이 촉발한 자본시장 선진화에 대한 기대가 꼽힌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상법 개정안 처리와 자기 회사 주식(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공약으로 내거는 등 국내 증시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왔다.

실제로 신정부 출범 닷새(영업일 기준) 만에 코스피가 2,900선을 넘는 등 증시가 활황이다.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영향이 유독 강하다고 평가받던 ㈜한화[000880]와 SK㈜, 삼성물산[028260], CJ[001040]㈜, ㈜LS[006260], ㈜LG[003550] 등 지주사의 주가 상승세가 도드라졌다.

주가 상승은 ㈜한화 최대 주주인 한화그룹 오너일가를 비롯해 모든 주주에게 반가운 일이다. 다만 현재로선 김동관 부회장과 김동원 한화생명[088350]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리 부사장 등 삼 형제는 '제외'다. 지분 수증에 따른 증여세 산출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 4월30일 보유하고 있던 ㈜한화 주식 절반(11.32%)을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조원대 유상증자를 그룹 경영권 승계와 연관 짓는 시선이 사라지지 않자 직접 오해를 해소하겠다며 결단을 내렸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에게 363만8천130주(4.85%)를, 차남과 삼남에게 각 242만5천420주(3.23%)를 넘겼다. 해당 증여로 ㈜한화의 최대 주주가 한화에너지(22.16%)로 바뀌었고, 김 회장은 개인 최대 주주(11.33%) 지위만 유지하게 됐다.

이들에게 남은 건 증여세 납부다. 증여일(4월30일)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 즉 3월 1일부터 6월30일까지 4개월간의 주가 평균으로 금액이 결정된다. 현재 기준으론 향후 20일 동안의 주가까지 금액 산출에 반영된다.

당초 한화그룹은 세 사람이 내야 하는 증여세가 2천218억원가량이라고 밝혔다. 증여 발표 전 한 달(3월4일~31일) 평균 종가를 기준 삼아 계산한 금액으로, 확정 아닌 추정치다. 해당 기간 주가는 4만원~5만2천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5월 중순 이후 주가가 이때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어 실제 부과 금액은 이보다 클 가능성이 높다. 세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증여세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심지어 상법 개정안 국회 통과 등이 아직 남아 있어 언제까지, 얼마나 오를지 예상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는 10만원 돌파도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 형제는 보유 중인 현금과 주식담보 대출 등을 통해 증여세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작년 3월31일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

[출처:이 대통령 페이스북]





'다행'인 점도 있다. 주가가 오르며 과거 이재명 대통령이 제기했던 '증여세 절감 의혹'을 벗게 됐다.

한화그룹은 지난 3월31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 회장의 주식 증여 결정을 알릴 당시 주가가 최근 3년(2~3만원) 대비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증여세를 적게 내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는 주장을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당시 한화그룹은 "상장사 내부자 주식 거래 사전 공시제도에 따라 과세 기준 가격이 결정된다"며 "주가가 낮은 시점에 증여를 결정했다거나 주식 가격을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주장은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가 '꼼수 의혹'을 제기하며 입장이 난처해졌다. 유력한 대선 주자였던 탓에 적극적으로 반박하기도 어려웠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개인 페이스북에 "최근 어떤 상장회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3조 6천억원 유상증자 발표로 하루 만에 회사 주가가 13% 하락하며 많은 개미투자자가 큰 손실을 입었다"며 "같은 날 모회사(㈜한화) 주가도 12% 넘게 하락했다"고 적었다.

이어 "오늘 모 그룹 총수께서 주가가 떨어진 모회사의 지분을 자녀에게 증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며 "주가는 증여세에 영향을 미치니 낮아진 주가로 증여세를 절감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모 그룹 총수'는 김승연 회장, '주가가 떨어진 모회사'는 ㈜한화를 의미한다. '자녀'는 김 회장의 세 아들이다.

당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천억원 규모 유상증자 추진 발표(3월20일) 직후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물론, 모회사 ㈜한화 주가까지 급락했을 때다. 대규모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 희석 우려 등이 커진 영향이다.

이 대통령은 열흘 사이에 벌어진 두 이벤트를 연결 지어 한화그룹 오너일가의 증여세를 낮추기 위한 '꼼수'로 봤다. 해당 SNS 글에는 8천100여명이 '좋아요' 등을 눌러 공감을 표했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 전후로 ㈜한화 주가가 크게 오르며 이 대통령의 지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한화그룹이 '꼼수 승계'를 한다고 비판했던 이 대통령이 두 달 뒤 이들의 증여세를 끌어올린 '주역'이 됐다.

sjyoo@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유수진

유수진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