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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급락과 투자자들] 1400원대에 환헤지 못한 기업들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환율이 1,400원대였을 때는 1,500원 간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재무 담당자가 환헤지를 하자고 이야기하지 못했을 거예요"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최근 달러-원 환율 급락에 기업들이 신속하게 환헤지로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들어 1,400원대를 유지하던 달러-원 환율이 두 달 만에 1,300원대 중반까지 100원 이상 급락하면서 환헤지를 미처 하지 못한 기업들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12일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4월 9일 1,487.60원에 고점을 찍은 후 지난 10일 장중 1,353.10원(정규장 기준)까지 하락했다.
두 달 사이에 134.50원 급락한 셈이다.
미국의 관세정책 불안에 달러 자산 이탈 흐름이 나타난 데다 한미 환율협상에 따른 원화 절상 압력 기대가 더해지면서 달러화는 급격히 하락했다.
1,400원대 환율에서 환율 하락을 미리 헤지하지 않은 기업은 고스란히 130원 환율 급락의 여파를 반영해야 하는 형국이다.
중소중견기업들의 환헤지는 지난 4월, 5월에 소극적이었다.
한국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5월 중소중견기업들의 환변동보험 가입금액은 500억원으로, 전년동기 768억원에 비해 34.9% 감소했다.
4월 가입 금액이 1천567억원이었던 만큼 전월 대비로도 5월 환헤지 규모는 큰 폭으로 줄었다.
1~5월 가입금액도 4천82억원으로 전년동기 7천4억원 대비 41.7%가 줄었다.
5월 청약 건수는 392건으로 매도가 우위였다. 4월에도 청약건수는 591건이었는데 매도가 우위였다.
다만, 기업들의 수출에 따른 이익은 줄어들 수 있지만 결제수요는 어느 정도 쌓여있는 외화예금으로 충당하는 양상이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3개월 연속 줄었다. 한은이 지난 5월26일 발표한 4월 말 거주자 외화예금은 962억6천만달러로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달러화 예금은 기업의 원자재 구입 대금과 외화차입금 상환 등으로 쓰이면서 감소했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환율이 100원 이상 급격히 하락하면서 환헤지를 안 한 수출업체는 약간의 충격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시장 참가자는 "달러-원 환율이 1,300원대 초반까지 밀리는 것은 좀 빠른 것으로 본다"며 "1,300원대 중반으로 환율이 하락하면서 결제수요 등 저가 매수세가 좀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수출 기업의 경우 고환율의 수혜를 완전히 누리기보다 원자재를 수입해서 가공하는 기업이 많아 환율이 낮아지면 이익이 줄어들더라도 원자재 결제 비용이 줄어들어 상쇄되는 측면이 있다.
4월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57억달러로 견조한 수준을 유지한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미국의 관세 압박이 불거지면서 수출 악화 우려가 커졌지만, 여전히 경상수지 흑자가 견조하게 유지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 참가자들은 달러-원 환율이 100원 이상 급락했지만 당장 수출 업체들의 부담이 본격적으로 불거지지는 않은 상태다. 이례적인 1,400원대 고환율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은행의 외환시장 참가자는 "환율이 하락했지만, 유가도 많이 떨어진 상태라 수출입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수주가 돼 있는지, (외화)현금을 많이 가졌는지가 중요할 것"이라며 "조선업체들의 경우 환헤지를 안 하는 곳은 좀 불안하겠지만 대체로 환헤지를 자동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 수준의 환율에서는 환헤지를 고민하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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