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기금, 120조 대출채권 유동화 추진

주택기금, 120조 대출채권 유동화 추진

HUG 발주 용역보고서 '기금 유동화방안' 제안

조성재원·여유자금 고갈 따른 자금 확보 대책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주택도시기금이 사업자대출채권 120조원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 증권을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금 조성 재원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요자 대출 등 씀씀이는 커진 데 따른 대책이다.

주택기금의 여유자금 상황, 유동화 증권 발행 절차 등을 고려할 때 이르면 연내 발행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됐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실이 입수한 HUG의 '기금 재무 건전성 용역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과업 수행자는 주택도시기금이 보유한 대출채권(사업자 대출, 수요자 대출)을 유동화 기구(SPC, 또는 신탁)에 양도 혹은 신탁 후 이를 담보로 유동화 증권을 발행하는 유동화 방안을 제안했다.

기금이 보유한 자산인 대출채권 중 사업자 대출은 임대주택건설자금 등 공급을 지원하는 자금을 말하며, 수요자 대출은 디딤돌대출 등 수요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자금을 말한다.

올해 4월 기준 사업자 대출 잔액은 총 120조5천982억원 정도다. 이에 비해 수요자 대출 잔액은 총 43조7천743억원 정도다. 이 중 사업자 대출채권이 유동화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 재무건전성 관리 용역 시행…유동성 '주의' 단계

HUG는 지난 6월 말 기금의 '재무 건전성 관리 강화방안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신생아 대출 특례 출시 등 기금 사용처가 많아지면서 여유자금 관리와 기금 재무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2년 사이 35조원가량이 줄어들어 유동성에 빨간불이 커진 상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 잔액은 10조1천억원에서 지난 3월 말 기준 7조9천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여유자금이 10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현 수준으로 줄어든다면 여유자금은 올해 말에는 바닥날 전망이다.

여유자금은 국민주택채권을 상환해야 하는 대기성 자금인 동시에 청약저축 해지에 대비한 준비금으로 적정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HUG는 여유자금의 적정 수준을 '유동성갭' 비율을 활용해 관리한다. 일정 기간(3~12개월)의 현금유입액과 현금 유출액의 비율인 유동성갭 비율을 5단계로 설정해 1단계(115% 이상)는 정상, 2단계(115%~105%)는 관찰, 3단계(105%~100%)는 주의, 4단계(100%~95%)는 경보, 5단계(95% 미만)는 위기로 규정한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유동성갭 비율은 104%로 '주의' 단계다. 보고서는 104%인 주의 단계에서는 1단계로 올라서기 위한 적정 여유자금 규모는 3개월은 약 12조2천억원, 1년은 29조2천억원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6월 기준 여유자금의 보유액이 3개월 기준 9조9천억원, 1년 기준 20조6천억원임을 고려할 때 각각 2조4천억원, 8조6천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물론 이는 1년 전 기준이다. 현재는 이보다 여유자금이 더 줄어들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

보고서는 현재 수준인 3단계인 '주의'에서는 유동성 측면에서 '자금 조달방안'을 수립하도록 제안했으며, 다음 단계인 4단계 '경보'에서는 자금 조달방안을 이행하도록 제안했다.



◇ 당국, 대출채권 활용 자산유동화 "검토 중"

보고서는 유동성갭이 100% 아래로 떨어지는 4단계에서는 수립한 자금 조달방안을 이행하는 위기 대응 방안을 제안했다. 이때는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HUG도 용역 발주 당시 과업 과제로 기금자산 유동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여기에는 자산유동화 시장 규모 등을 고려한 적정유동화 규모도 산출해줄 것을 포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유동화증권 발행 잔액은 335조2천억원, 이중 주택금융공사에서 발행한 유동화 증권 잔액은 168조1천억원이다.

전체 유동화증권 중에 주금공이 발행한 물량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주금공은 주택저당채권(MBS)을 유동화해 장기 저리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기금이 유동화에 나설 경우 자산유동화법에 따라 곧바로 관련 절차에 돌입할 수 있으며, 시한은 내부 검토에서 증권발행까지 5~7개월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됐다.

HUG 관계자는 용역 결과와 관련해 "자산유동화 부문은 들여다보고는 있다"라며 "일단 검토는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검토를 하는 것은 맞다"며 "용역을 준 부문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다만 기금의 자산유동화 논의는 오랫동안 진행돼온 부문이다"라고 덧붙였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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