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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채권퀀트→MIT 교수…로베코자산운용 마이크 첸

2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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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채권퀀트→MIT 교수…로베코자산운용 마이크 첸

모건스탠리·구글·블랙록 거친 퀀트 대가

"투자세계에서 퀀트 비중 더 커진다"



Inside Robeco: How AI is Shaping the Future of Investing | 인사이트30[https://youtu.be/o6wmQvbr2rE]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언젠가는 인공지능(AI)이 모든 투자를 대신해 운용역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까. 미국 최고의 명문대 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금융 분야의 AI와 머신러닝'을 가르치는 마이크 첸 박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투자 알고리즘과 펀드 매니저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는 이유에서다.

100년에 가까운 전통을 자랑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로베코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차세대 리서치(Next Gen Research)를 이끄는 마이크 첸 헤드는 "알고리즘은 리스크를 측정하고 통제하는 데 효과적이나 전례 없는 사건에 대응하려면 인간의 직관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운용자산 규모가 2천40억 유로(약 322조 원)에 달하는 로베코자산운용은 데이터 기반의 퀀트 투자 전략과 뛰어난 인간 매니저가 시너지를 발휘해 투자성과를 달성하는 모범 중 하나다.

다음은 마이크 첸 헤드와의 일문일답.

-투자자에게 커리어에 대해 들려달라.

▲전기공학 박사학위 취득 후 일자리를 찾았는데, 2000년대 중반에는 월스트리트가 인기였다. 모건스탠리에서 투자 모형을 만드는 퀀트로 일하기 시작했는데, 이내 트레이딩 데스크에 합류했다. 그러면서 내가 금융을 매우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구글의 재무부서에 합류했다. 구글은 일하기 좋은 곳이었지만, 블랙록에서 퀀트 역량을 갖춘 사람을 찾는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블랙록에서 정략적인 방법론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조직에서 일했는데, 직원의 행복감이 높은 회사가 좋은 기업이자 투자처라는 가설을 정량적으로 입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직원 행복도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높은 주식투자 수익률로 이어진다는 아이디어였다.

이후 현재까지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를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데이터를 통해 검증하는 일을 하고 있다.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 중인 다른 것은.

▲ 거의 모든 것을 분석한다. 자연어처리 방식으로 특정 기업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을 분석하기도 한다. 어닝 콜 등에서 나온 발언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계량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나는 한국어를 못하지만, 한국인 경영진의 발언을 분석해 한국 기업에 대한 전망이 어떤지 알려주는 한국어 모델도 가지고 있다.

자연어처리를 통해 투자 테마도 포착할 수 있다. 여러 회사가 동시에 한가지 키워드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면 그게 트렌드라고 감지하는 것이다.

한 회사의 재고가 가득 찼는지도 분석한다. 유통업체를 분석할 때 위성 이미지를 통해 재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유통업체에 드나드는 사람의 휴대폰 IP 주소를 추적해 방문객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있다. 우리는 데이터의 홍수 속에 살고 있고, 문제는 데이터가 아니라 올바른 투자 가설이다.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알파(초과수익률)를 얻는 방법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

다양한 분석뿐만이 아니라 견고한 데이터 인프라도 로베코의 강점이다. 로베코는 더 나은 데이터분석을 실현하고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쪽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주로 미국 주식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투자하나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로베코자산운용은 글로벌한 회사다. 전 세계 각지에 투자하는 운용사다. 정량적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우리 팀은 북미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선진시장, 신흥시장 등 모든 곳에 투자한다.

정량적 투자자로서 자신하는 점은 리스크 관리다. 우리는 리스크를 측정하고 정량화한다. 측정할 수 있는 리스크는 통제할 수 있는 리스크다. 로베코는 리스크를 잘 통제하며 상당히 균형잡힌 익스포져(위험노출)를 유지한다. 올해의 경우 시장 변동성이 큰 편이었다. 그래도 로베코의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변동성을 잘 이겨내고 있다.

-알고리즘이 인간 운용역보다 나을까.

▲접근 방식부터가 매우 다르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새로운 일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직관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퀀트 알고리즘은 과거에 발생한 사건만을 학습했고, 새로운 상황에 잘 반응하지 못한다. 그래서 퀀트 운용사는 인간이 개입할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로베코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매우 숙련된 인재들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을 때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문제에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알고리즘에만 모든 것을 의존할 수는 없다. 투자자에게 알고리즘 때문에 돈을 많이 잃었다고 둘러댈 수는 없다. 선량한 관리자로서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 결국에는 아무리 알고리즘이 발전해도 인간이 개입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인간의 직관과 합리성이 알고리즘을 보완하기 때문이다.

-MIT에서 학생들에게 AI와 금융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보는 이 분야의 미래는 어떨까.

▲투자의 세계에서 퀀트가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장기적인 기술적 변화 때문이다. 10년 전과 20년 전을 돌이켜볼 때 기술을 통해 가능한 게 너무나 많아졌다. 앞으로 5년, 10년 안에 훨씬 더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신 기술을 개발하는 천재가 아니더라도 유행하는 기술을 빨리 받아들이면 된다. 빠르게 채택하는 사람일수록 유능해질 수 있다.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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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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