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위기 고조] 가뜩이나 신중했던 연준, 인하 물 건너가나
[※편집자주 :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공습으로 중동 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궁극적으로 이란의 정권 교체까지 겨냥한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등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당장 직접적인 공급 충격에 직면한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치솟습니다.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은 하방 압력이 불가피합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트럼프 관세'라는 재료를 소화가기도 전에 새로운 악재에 직면했습니다. 이에 따라 연합인포맥스는 이번 사태에 따른 주식, 외환, 금리, 유가 등 금융시장의 영향과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에 미치는 파급력을 진단하는 기획기사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중동의 위기가 최고조에 오르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극도의 불확실성에 빠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며 금리 인하에 대한 신중함은 한층 두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당장 이번 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연준은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유가 변동성이란 변수가 늘어나며 보다 신중한 입장을 내비칠 가능성이 커졌다.
전주 후반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및 군사 시설에 대한 공습을 개시했고, 이에 대응해 이란은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며 추가 충돌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 소식에 유가는 당일 장중 13% 넘게 급등하다 상승폭을 7%대로 줄였으나, 당분간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ING는 보고서를 통해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고조될 경우 공급 중단 가능성을 고려해 에너지 시장은 상당한 위험 프리미엄을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세계 석유 무역의 3분의 1이 통과하는 병목지점인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운송이 차단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ING는 경고했다.
JP모건 역시 이란과 이스라엘을 비롯한 중동 지역의 광범위한 충돌 사태가 발생하면 국제 유가가 120~130달러까지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도 국제유가의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거나 장기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이것은 연준이 금리를 계속해서 높은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ING는 "유가 급등은 미국 인플레이션에 대한 최근의 완화적인 흐름을 깨트릴 수 있다"며 "지금까지 상품 가격 상승세는 비교적 안정적이었지만, 올여름에는 전월 대비 상승률이 더욱 급등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투자기관 나벨리어앤드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 루이스 나벨리에는 "이번 사태가 빠르게 진정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에 분명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미국 국채 시장은 제3차 세계대전 가능성보다는 인플레이션 위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13일(미국 동부시간) 오후 3시 현재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오후 3시 기준가보다 6.80bp 오른 4.4250%에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3.9600%로 같은 기간 5.40bp 상승했다.
RSM의 조 브루수엘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들이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끌어올릴 경우 연준은 금리 인하를 최소 오는 12월까지 연기하거나 내년으로 넘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관세에다 유가 급등까지 결합한 물가 충격이 발생한다면 연준은 금리 인하를 미루거나 심지어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고 브루스엘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당장 며칠 뒤에 있을 6월 기준금리 결정에서 연준은 더욱더 신중한 입장을 내비칠 가능성이 커졌다.
씨티그룹의 로버트 소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N을 통해 "이번 사태가 더욱 심화하고 유가가 장기적으로 높은 수준에 머문다면, 이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과 맞물려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준의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연준은 관세가 경제에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강조해왔지만, 만약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가 (이번 사태로) 추가되면, 금리 인하는 연말쯤이나 가능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BNY멜론의 존 벨리스 전략가는 "통화정책은 지정학적 충격을 해결하는 데 적합한 도구가 아니지만, 이런 모든 요소는 연준을 더욱 신중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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