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담았는데"…환율 하락·금리 상승에 채권개미 시름
자본손실·환차손 겹쳐…저가 매수 유입은 꾸준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고금리와 달러화 강세 분위기에 힘입어 미국 국채 투자를 이어갔던 채권 개미들의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하회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의 환차손 부담이 커진 데다 미국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자본차익 기대감 또한 옅어진 여파다.
고액 자산가를 비롯해 채권 개미들의 미국 국채 투자 열기가 거셌던 터라 증권사 리테일 업계에서는 이들을 달래기 위한 대응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다만 저가 매수 유입과 더불어 달러화 자산 비중이 높은 투자자도 상당해 당분간 미 국채 투자 열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원화 강세에 채권개미 부담…문의·요청 쇄도
16일 증권사 리테일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미국 국채 투자를 이어갔던 채권 개미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데다 원화 강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기존 투자물의 손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고액 자산가 및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문의 및 요청에 응대하면서 세미나 등으로 현황 설명에 집중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는 한동안 국내 장기채와 더불어 미국 국채 담기에 집중해왔다.
국고채 장기물 금리 급락으로 원화채 투자 메리트가 약화했지만, 미국 국채는 여전히 높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눈을 돌렸다.
국내 비상계엄 사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으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진 점도 투자 열기를 뒷받침했다.
지난 4월 초까지만 해도 달러-원 환율은 1,400원을 돌파해 1,500원을 눈앞에 뒀다.
환율이 1,400원을 밑돌 것이란 전망이 희미해지면서 채권 개미 역시 환율 부담을 덜고 해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환율이 급락하고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채권 개미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가 미국 장기채권을 4%대 초반에 매입했다면 자본손실과 환차손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화 베이스 투자자의 경우 단순한 수익률을 좇아 미 국채를 투자하기에 환차손 부담, 감세안에 따른 장기금리 불확실성 등으로 부담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달러 보유 따라 희비…투자 매력은 여전
미 국채 투자 매력이 옅어지긴 했지만, 채권 개미의 매수 열기는 쉽사리 식지 않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가 더 낮아지진 않을 것이란 기대감 속에서 저가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채권 금리가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미국 국채 투자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소다.
일례로 전 영업일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2.722%,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4.8960%였다.
미 3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달 22일 5.1640%까지 치솟은 후 하락세를 이어갔으나 여전히 높은 금리 레벨을 유지하고 있다.
증권사 리테일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고 환율이 빠지면서 개인 투자자의 불편함이 커졌지만, 아직까진 저가 매수세가 좀 더 강한 상황"이라며 "리테일 고객들의 자금 여력이 풍부한 가운데 오히려 원화 장기 국고채 수요는 줄고 미국 장기채 수요가 더 많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부 고액 자산가의 경우 달러화 자산 비중을 일정 부분 유지하면서 환율 부담에서 비껴간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다른 리테일 업계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의 경우 일정 수준의 달러 자산을 유지하다 보니 환율 변화에 따른 영향력이 적은 편"이라며 "결국 원화를 달러화로 바꿔 미국 달러채를 투자한 경우엔 부담이 생기지만 보유 달러화를 투자한 개인들은 우려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규 진입에 따른 자본이득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점도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조 연구원은 "현재 수준에서 신규 진입 시 일부의 환차손을 각오하더라고 자본 이득 가능성이 여전히 높아 신규 투자가 어느 정도 이어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달러화 자산을 일부 가져간다면 미 국채에 투자하기에 좋은 여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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