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파마리서치 분할①] "알맹이 25%, 껍데기 75%"…지배구조 리스크 재점화

25.06.16
읽는시간 0
[파마리서치 분할①] "알맹이 25%, 껍데기 75%"…지배구조 리스크 재점화

리쥬란 등 핵심사업 담당 사업회사 지분 25% 배정

"지배권 강화하면서 상속세 절감 노리는 듯"



파마리서치 로고

[파마리서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코스닥 시총 5위권 기업 파마리서치가 인적분할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리쥬란 등 핵심 사업을 담당하는 사업회사 지분은 25%만 배정하고, 지주회사 지분을 75% 배정하는 분할비율에 대해 "승계용 꼼수"라는 비판이 거세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파마리서치는 지난 13일 투자 담당 존속법인 '파마리서치홀딩스'와 에스테틱 사업 담당 신설법인 '파마리서치'로 인적분할한다고 공시했다.

분할비율은 파마리서치홀딩스 74.3%, 파마리서치 25.7%로 결정됐다.

발표 직후 주가는 16% 하락해 시가총액이 1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수익성 좋은 사업회사 비율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을 보면 지주회사는 32억원에 불과한 반면, 사업회사는 3095억원으로 무려 96배 차이가 난다.

리쥬란·콘쥬란·리쥬비넥스 등 실제 수익을 창출하는 핵심 제품들이 모두 사업회사에서 담당하기 때문이다.

자산 대비 매출 비율로 보면 지주회사는 0.6%에 불과하지만 사업회사는 141%에 달한다.

투자자들은 '사업회사가 실제 사업의 대부분을 담당할 것 같은데, 지주회사 지분을 75%나 받게 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DB증권은 이날 발간한 리포트에서 "분할비율 0.75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시장에서는 충분한 설명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짚었다.



◇"스스로 독을 타는 정교한 승계 전략"

금융시장에서는 파마리서치의 75대 25 인적분할이 단순한 분할이 아닌 정교하게 설계된 승계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지주회사를 의도적으로 저평가시켜 홀딩스 디스카운트를 활용한 후 저가로 승계받으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1957년생으로 올해 69세인 정상수 회장의 지분율이 30.48%다. 최근 1년간 주가가 5배 뛰면서 상속세 부담이 커졌다.

앞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인적분할로 지배주주도 다른 주주들과 마찬가지로 지주회사 74.3%, 사업회사 25.7% 비율로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후 지배주주가 자신의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지주회사 주식을 추가로 취득한다. 최종적으로 '지배주주→지주회사→사업회사'의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이 구조를 활용하면 지배주주는 현물출자 과세 이연 특례를 통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분할비율 자체가 지배주주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며 "대주주가 추가 자금 투입 없이도 지배권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교묘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물적분할이냐 인적분할이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이번 분할로 대주주가 '주가 상승을 원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시그널을 시장에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주주가 스스로 독을 타는 전략을 택한 것"이라며 "지주회사는 의도적으로 껍데기로 만들어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리고, 사업회사는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내세워 매력적인 투자처로 포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종 목표는 향후 현물출자를 통해 사업회사 지분을 저렴하게 확보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전략의 배경에는 정 회장의 상속 일정이 있다고 분석했다. 69세인 정 회장에게 주가 5배 급등은 오히려 독이 됐다.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지주회사 디스카운트를 유도하는 구조를 설계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주회사는 사업회사 대비 시장에서 체계적으로 저평가받는 경향이 있으며, 대주주들은 상속세 절감을 위해 이런 현상을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 업계 정설이다.



◇ F&F 기시감…두산은 투자자 반발에 분할비율 변경

파마리서치와 유사한 사례로는 F&F가 있다.

F&F는 2020년 지주사 전환을 위해 5대 5 비율로 인적분할했다.

재상장 직후 지주회사는 주가는 하락하고 사업회사는 상승하는 전형적인 패턴을 보였다.

문제는 파마리서치가 F&F의 5대 5보다 불균형한 75대 25 비율이라는 점이다.

급락할 껍데기 주식(지주회사)을 급등할 알맹이 주식(사업회사)보다 세 배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두산그룹도 비슷한 논란을 겪었으나 비율을 재조정했다.

두산은 10월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분할합병을 추진하면서 당초 불리한 비율로 책정했다가 주주 반발을 받자 비율을 대폭 조정했다. 분할합병비율을 1대 0.031에서 1대 0.043으로 상향하고, 경영권 프리미엄 43.7%를 반영해 주주들에게 더 많은 주식을 배정하기로 했다.

파마리서치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보유 자사주 전량을 6월 20일 소각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것만으로는 분할비율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파마리서치 관계자는 연합인포맥스와의 통화에서 "순자산 기준으로 하다 보니까 분할 비율이 왜곡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이나 현금성 자산은 지주회사로, 상대적으로 적은 재고 자산은 사업회사로 가면서 비율이 왜곡됐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제품이 잘 팔려서 재고를 많이 갖고 있지 않다 보니 그런 부분의 왜곡이 일어났다"면서도 "회사에서는 정당한 방식으로 분할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을 사업회사로 넘기려 했지만 "매도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라고도 덧붙였다.

한 지배구조 관련 변호사는 "통상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 구성이 그대로 유지되기에 분할 비율이 문제되지 않지만, 파마리서치는 사실상 신규 상장 효과나 마찬가지"라며 "분할상장 이후 사업회사 주가는 급등하고 지주회사 주가는 급락이 뻔히 보이는데, 분할 비율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짚었다.



◇ 10월 주총서 최종 결정

이번 인적분할은 오는 10월 개최될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특별결의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분할 기일은 11월 1일이며, 이후 재상장 절차를 거치게 된다. 정상수 회장 지분 30.48%를 고려하면 가결 가능성이 높다.

다만 모든 기업이 분할을 강행하는 것은 아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2021년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다가 주주총회 2개월 전에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할 결정이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10월 30일부터 12월 9일까지 약 40일간의 매매거래정지도 변수다. 펀드매니저는 거래정지 기간 중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들어와도 대응하기 어려워 기관투자자들이 매매정지 종목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분할 전 사업회사 지분 확보를 위한 매수세가 유입될 수는 있다.

또 다른 펀드매니저는 "파마리서치는 한국에 몇 없는 성장주"라며 "그렇기에 이번 결정이 더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파마리서치 주가 추이





kslee2@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규선

이규선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