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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세연의 프리즘] 대통령과 주식

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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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세연의 프리즘] 대통령과 주식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지 딱 2주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정치, 경제, 사회가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허니문 랠리'를 낳았다. 6월 3일 대선 이후 코스피는 전세계 주가지수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을 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치든, 경제든, 사회든,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게 없다'는 계엄 정국으로부터 시작된 바닥론이 더 극적인 허니문 랠리를 도왔다.

경제 회복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경제분야 첫 외부 일정으로 자본시장 현장을 찾았다. 재계 총수와의 만남보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젊은 직원과의 면담이 먼저였다. 이런 증시에 대한 관심을 재확인한 지난 11일, 대통령의 한국거래소 방문에 화답하듯 코스피는 3년 반 만에 2,900을 찍었다.



이재명 대통령,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현장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을 12일 SNS에 공개했다. 2025.6.12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이 대통령은 '5천피'와 같은 장밋빛 전망보다 주식시장의 '정도(正道)'를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너무 불공평하고, 불투명하다. 시장의 불공정성과 불투명성을 해소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프리미엄까지는 못가더라도 최소한 정상화가 가능하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나아가기에 앞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명확한 메시지였다. '불법이 판치는 시장'이 아닌 '믿고 투자할 만한 시장'으로 만드는 게 첫걸음이라는 뜻이다. 주가조작 사범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볼 날도 머지않았다.

한국판 증권거래위원회(SEC) 형태 등 불공정거래 조사 조직의 권한을 강화해 개편하는 방안에도 불을 지폈다. 미국 SEC는 미국 내 증권시장 불공정거래에 강력한 조사와 제재 권한을 가진 기관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불공정거래 조직은 한국거래소, 금융위, 금감원으로 나뉘어 있어 조사부터 제재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대통령은 주식 투자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도 공을 들였다.

이 대통령은 "아주 오래된, 지금은 휴면개미다. 1990년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해서 처음으로 만난 게 소형 작전주다. 선물뿐만 아니고 옵션 중에서도 풀옵션 매도를 하는 그런 만용을 부리다가 엄청난 손실을 보고 완전히 깡통을 찼다. 그리고 그다음에 정신 차리고 우량주 장기 보유라고 하는 것을 열심히 지켜서 본전을 찾았다. 지금은 물론 공직자라서 못한다"고 했다.

광장으로 나선 대선주자 시절에도 "제가 한때 꽤 큰 개미였다. 지금은 쉬고 있는 개미다. 대통령 선거에 떨어지고 먹고 살길이 막막해 다시 주식을 해야겠다고 해서 몇 달 동안 고민하다가 결국 조선 주식을 샀다. 이해 충돌 이야기가 나와 15% 손해 보고 팔았다. 지금 보니까 3배 올랐더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스스로를 '개미'라 지칭한 대통령은 국민들이 주식투자를 통해 중간배당을 받고, 생활비도 하는 세상을 그린다. 주식이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투자 수단이 될 날도 만들고 싶어 한다.

바다 건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의미로 주식을 들먹이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8일 영국과의 무역 합의를 발표하면서 "당장 주식을 사라(Go out and buy stocks now)"라고 했다. 그가 자주 쓰는 표현인 로켓도 언급했다. "미국은 마치 로켓처럼 위로 솟아오를 것이다. 아무도 본 적 없는 숫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4월 9일에도 비슷한 발언(Great time to buy, DJT)을 하고 4시간 뒤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대한 90일 관세유예를 발표했다. DJ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니셜이자 뉴욕증시에 상장된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의 종목 코드여서 시장 조작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호재와 맞물려 이 두 날 미국 주가는 폭등했다. 물론 이렇게 시장을 낙관하게 만든 뒤 다시 펀치를 날리는 그의 전략 때문에 시장은 안심하지 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방비 상태에 펀치를 때려야 '다운'을 뺏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비관론자들이 사라지는 그때를 가장 경계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식이란 전략의 일부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주식 투자자가 엄청나게 늘어난 미국에서도 주식은 국민들에게 와닿는 주제 중 하나다.

트럼프 1기 때는 만약 자신이 탄핵당한다면 미국 주식시장은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말했고, 주가가 올라 중국 등과 무역전쟁에 완충장치가 생겼으며 이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무역전쟁에 나설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2기 때는 관세라는 주제에 주가 민감도가 높아진 틈을 타 관세 전략을 극대화하는 용도로 쓰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치적도 주가다. 트럼프 1기와 2기 모두 뉴욕 주요 주가지수는 소위 '마디지수'를 가뿐히 넘으며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우리도 코로나19 이후 국민 3분의 1이 주식 계좌를 열어보는 시대에 이르렀다. 유권자 절반이 주식 투자하는 시대도 얼마 남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이 한국거래소를 찾는 건 익숙한 풍경이 됐고, 음지에 있던 주식투자 경험을 양지로 올려도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는다. 부동산에 쏠려 있는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주식으로 옮겨올 사회적 분위기는 조성됐다.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을 다시 보고 실제로 부동산 대신 주식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펀더멘털 조성은 새 정부의 몫이다. (증권부장)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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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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