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기금 10년⑥] 기금법 탄생 주역을 만나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주택 공급 시장은 누구에게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는 포지티브섬(positive-sum) 게임 시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주택 할당이나 과도한 수요 억제보다 꾸준하고 충분한 신규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주택도시기금법 제정 및 시행 10주년을 맞아 이를 설계, 주도한 김재정 법무법인 세종 고문을 지난 17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재정 고문은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했으며 주택정책관으로 재직할 당시 주택도시기금법 제정을 주도했다.
김 고문은 당시 주택법을 5개의 법률로 나누는 과정에서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공적자금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주택도시기금법'을 제정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고문은 기금이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기금이 출자 방식으로 새롭게 내놓은 뉴스테이가 사업 전환 과정에서 공급 물량이 감소하고, 임대주택 정책에 대한 신뢰가 저하된 점은 아쉬운 부문이라고 말했다.
◇ "주택 거래 활성화 필요'…출자 방식 추가
김 고문은 2013년 주택정책관 재직 당시, 주택시장 침체 속에 부동산 거래 회복을 위해 기금법 제정을 추진했고 "결과적으로 디딤돌, 버팀목대출 등 구입·전세자금 확대를 통해 주택거래 회복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2012년 주택거래량은 73만 건에서 2015년 119만 건으로 증가했다.
주택기금법은 기존 주택법의 과중한 기능을 분리하는 '분법' 작업 과정에서 생겨난 독립 법률이다. 이 과정에서 주택도시기금법은 기금의 독립성과 정책 일관성을 확보하는 법적 장치로 기능하게 됐다는 게 김 고문의 설명이다.
그는 기존의 국민주택기금에서 주택도시기금으로 전환한 데는 "기금의 업무 범위를 융자에서 출자로 확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주택건설과 구입, 임차뿐만 아니라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도시재생사업에도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명칭에 '도시'를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금에서 출자가 가능해지면서 당시 기금의 70%까지 출자하는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를 통해 민간임대 공급을 확대했지만, 이후 공공지원임대 전환으로 사업성이 약화하며 공급이 줄어든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김 고문은 출자 기능을 더함으로써 기금을 단순 대출기관에서 투자은행(IB)으로 변모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이를 통해 사업성 평가와 리스크 관리 역량이 크게 제고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기금의 총괄수탁업무를 HUG가 맡음으로써, 기금의 투·융자 업무와 HUG의 보증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계,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또한 기금이 리츠에 출자와 융자를 적극 지원하면서 리츠산업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 공급시장은 포지티브섬 게임 돼야…목표는 '주거질 향상'
현재의 기금이 정책대출, 즉 수요자 대출에 집중하는 데 대해서는 제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고문은 "주택공급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청년층·신혼부부 등 특정 계층에 신규주택을 우선 공급하게 되면, 일반 서민·중산층에 돌아가는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 시장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공급 시장이 누구에게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는 포지티브 섬 게임(positive-sum game)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주택 할당이나 과도한 수요 억제보다는 꾸준하고, 충분한 신규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정 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다 보면 해당 계층에서 소외된 이들은 지원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꾸준한 주택 공급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복잡한 분양·임대 혼합형 주택 유형은 소유권·매각 과정에서 분쟁과 가격 불신을 유도할 수 있다며 "시범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일반화는 지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고문은 기금 운용 과정에서 여유자금이 줄어들고 있는 데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이는 대출 수요 증가와 기금 지출 확대에 따른 것이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150조원을 웃도는 대출채권이 있어 필요시 대출채권 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고문은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과 관련해서는 "집값 안정이 중간목표일 뿐, 최종목표는 주거의 질 향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적인 집값 안정에 집착해 과도한 규제를 시행하면 공급이 위축되고, 시장의 불확실성과 불신이 증폭돼 오히려 집값이 급등하는 사례가 반복됐다며 공공에서는 택지와 금융 등을 통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고문은 정부 정책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이라며 시장 상황이나 정권 교체에 따라 정책 번복이 불가피하더라도 이를 시행하는 당국자들은 "충분한 설명과 적응 기간을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재정 고문은 제32회 행정고시(재경직)에 합격해 당시 건설부 주택기금과를 거쳐 주택정책관, 토지정책관, 도시정책관 등을 지냈으며, 국토도시실장과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법무법인 세종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코람코자산신탁 사외이사와 SK리츠 감독이사 등 민간 부문에서도 주거·부동산 분야의 정책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윤영숙 기자]
ysyoon@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