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절상 흐름 꺾은 중동사태의 역습…달러-원 어디로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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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충돌 사태가 확산하면서 최근 무르익었던 원화의 절상 흐름이 가로막혔다.
서울 외환시장은 이미 지난해 몇차례 중동 분쟁 사태를 겪으면서 핵 공격이나 미군 개입만 없다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다는 학습효과를 경험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입하면서 이번에는 사태의 추이를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중동 분쟁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더 악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달러-원의 하락을 가로막는 재료로 당분간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탈달러' 움직임이 한동안 잠잠해질 수 있어 달러 매도가 주춤해지고 환율의 추가 상승을 추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18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달러-원 환율은 개장 직후 전날보다 20원 가까이 올라 1,380원을 찍는 등 간밤 중동 사태의 충격을 그대로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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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원 환율이 1,380원선을 찍은 것은 이달 초 이후 처음이다. 달러-원 레벨이 높아짐에 따라 장 초반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출회되는 등 달러 매도물량이 유입됐다.
이에 환율은 1,373.60원까지 밀리며 상승폭을 추가로 늘리지는 않고 있다. 다만 전날 야간거래에서도 중동 리스크를 반영해 은행권에서 대규모 매수 물량이 나왔고, 이날도 네고물량 뿐만 아니라 실수요 매수세도 나오고 있다고 외환딜러들은 전했다.
이날 환율 급등은 중동 사태에 미국이 급박하게 움직이면서 개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이란 정권 교체라는 승부수가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에 가능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이미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고 정권 붕괴까지 노리는 상황인데, 과거에는 미국이 이를 용인해줄리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번에는 이스라엘의 로비 속에 미국이 움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한은행 백석현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초기에는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에 반대하며 외교적 해법을 선호했지만 이스라엘의 집요한 설득과 미국내 보수 진영, 이스라엘 로비의 압박 속에 점차 입장을 수정했다"고 지적했다.
백 연구원은 "이란 정권의 안정에 이익이 걸린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면서 "중국에게 이란은 원유 수입 및 일대일로 중동 관문에서 중요한 위치이므로 경제적 이해관계가 크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의 이해관계와 개입 여부에 따라 중동 사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에 따라 유가 및 사태의 파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미국의 한 당국자는 미국이 군사 개입에 나설 경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해 미 해군 함정의 작전 수행을 가로막을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국제유가는 전날 4% 넘게 상승했다.
중동 분쟁의 바로미터인 국제유가의 상승은 원화에도 부정적이다.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유가가 오르는 상황이라 유가 수입국 통화가 당장 강해지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미국이 개입을 한다고 해도 벙커버스터 미사일을 쏘고 공중전 위주가 될 것 같다. 지상군 투입 같은 전면전 스타일은 아닐 것으로 보여 처음 헤드라인 임팩트가 지나면 좀 잠잠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그럼에도 변동성지수(VIX)가 오르고 달러도 전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이미 숏포지션이 있는 상황이라 단기적으로 달러-원이 빠지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달러-원 하락 추세가 당분간 멈추겠지만 이번 사태로 환율이 더 크게 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최근 1,370~1,380원 부근에서 다양한 매물이 출회되며 강하게 저항받았으나 지정학적 긴장에 외국인의 주식 매도 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달러 매도세력이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기술적으로도 1,350원 지지력 확인 후 매수신호가 나오고 있어 저항선을 테스트할 것 같다. 일일 일목균형표상 기준선인 1,390원이 1차 저항선"이라고 말했다.
전날 뉴욕증시가 중동 위험에 하락했지만 이날 코스피는 0.7% 넘게 오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400억원가량 순매수를 나타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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