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급등한 '한국 증시 ETF'…정작 한국엔 없다
미국 KORU ETF 2개월 새 급등, 韓 투자자 몰린다
국내는 규제로 2배까지만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한국 증시를 3배로 추종하는 ETF가 미국에서 2개월 반 만에 134% 급등하며 화제가 되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이런 상품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투자자들이 자국 증시에 고배율 투자를 하려면 미국 시장을 거쳐야 하는 기형적 구조가 굳어지면서 해외 운용사만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미국 KORU ETF 2개월 새 134% 급등…코스피 3배+원화강세 효과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 증시를 3배로 추종하는 미국 상장 ETF 'Direxion Daily MSCI South Korea Bull 3X Shares(KORU)'가 최근 2개월 반 만에 133.8%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8일 28.09달러에서 6월 17일 65.68달러까지 치솟은 것으로, 코스피 지수 상승의 3배 레버리지 효과에 원화 강세까지 더해진 결과다. 서학개미들이 사랑하는 종목인 TQQQ(나스닥 100 3배 추종)의 성과를 압도한다.
KORU(적색), TQQQ(청색), SOXL(녹색) 올해 등락률 추이
◇ "한국은 규제, 해외는 혁신"…격차 벌어지는 자본시장
해외 자산운용사들은 한국에서 규제로 막힌 상품들로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홍콩거래소에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까지 상장됐다.
반면 국내에서는 자본시장법상 'ETF 구성 종목 최소 10종목, 단일 종목 비중 제한 30%' 규제로 단일종목 ETF 출시가 원천 봉쇄됐다. ETF의 배율도 2배까지만 허용돼 국내 운용사들은 제한된 상품군에서 0.001%의 수수료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투자자들의 해외 레버리지 ETF 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세이브로)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서만 4천733만달러(약 680억원)를 KORU 매수에 쏟아부었다. 최근 6개월간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50개 중 20개가 레버리지 ETF기도 하다.
◇ 당국 "투자자 보호" vs 업계 "수수료만 해외 유출"
금융당국은 여전히 투자자 보호를 우선시하며 현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막는다고 투자자들이 포기하지 않는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미국 레버리지 ETF 거래의 상당 부분을 서학개미가 차지하고 있다"며 "결국 수수료만 해외 운용사가 가져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본예탁금, 사전교육 등 진입 규제를 적용받는 국내 레버리지 ETF와 달리 해외 상장 레버리지 ETF는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어 투자자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말부터 해외 레버리지 ETF 투자도 1시간의 사전 교육을 반드시 받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운용사가 고배율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면 현재 해외로 유출되는 수수료를 국내에서 흡수할 수 있다"며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과 운용사 영향력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에서도 2021년 SEC의 파생상품 규제로 신규 3배 ETF 출시가 사실상 금지돼 기존 상품들만 거래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3배 레버리지 ETF 상장이 가능하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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