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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TSMC 전문가 린훙원 "삼성, 10년 전과 달라졌다"

2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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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TSMC 전문가 린훙원 "삼성, 10년 전과 달라졌다"

"삼성 파운드리 분할이 낫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거버넌스에도 쓴소리…외인 사외이사 선임하면 기업가치↑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10년 전 삼성과 일했던 대만 사람들은 삼성의 엔지니어들이 매우 유능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보고 있어요."

대만 경제지 금주간의 린훙원 고문은 20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삼성의)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에게 많이 요구하지 않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과거 삼성전자[005930]의 반도체 엔지니어들은 스스로 대부분의 일을 처리할 만큼 능력이 뛰어났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러기보다 협력사에 일을 넘긴다는 이야기다.





린 고문은 30년 넘게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취재해 온 테크 전문 기자다. 지난해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 'TSMC, 세계 1위의 비밀'의 저자이며, 삼성을 조명한 '거물기업 삼성'이라는 책도 썼다. TSMC를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압도적 1위 반열에 올려놓은 모리스 창 창업자를 여러 차례 인터뷰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일한 경험이 있는 대만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이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건희 선대회장이 갖은 지침을 내리며 회사를 이끌던 때와 비교해 삼성이 많이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린 고문은 현재 삼성전자의 사업 영역이 지나치게 넓다면서 잘하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대만 전자 기업들이 D램과 디스플레이, 태양광 등에서 쓴맛을 본 뒤 과감하게 철수해 현재의 로직 반도체 강국이 된 사례를 언급했다. TSMC도 한때 자회사 뱅가드를 통해 D램 사업을 했으나 경쟁에서 밀리자 파운드리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고객과 경쟁하지 않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을 떼어 낼 필요가 있다면서도 재벌 체제의 특성상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린 고문은 TSMC의 성공 비결 가운데 하나로 '고객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라는 서비스업 철학을 제조업에 적용한 것이라고 제시했다.

린 고문은 인텔 파운드리 입장에서 글로벌 5위 업체 글로벌파운드리와의 합병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업계 점유율 4위인 대만 UMC와 글로벌파운드리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UMC는 지난 4월 공식적으로 논의되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린 고문은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경쟁사와 합병할 가능성은 문화적 차이나 현재 손익을 고려할 때 거의 없을 것으로 평가했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삼성전자의 기업 거버넌스에 대해서도 말을 보탰다.

린 고문은 대만에서도 대를 이어가며 경영하는 가족 기업이 있는데 성과가 좋은 기업들은 독립적인 이사회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도 20년 전부터 이사회 독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린 고문은 CEO가 '회사의 영혼'이라면서 반드시 유능한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CEO의 가격 결정 능력에 따라 엔지니어 수천 명의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이재용 회장이 실질적으로 삼성전자의 최고 의사 결정권을 쥐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서는 "말이 되지 않는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영업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능한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하면 거버넌스가 개선돼 투자자들이 회사에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도 조언했다. 또 많은 사람이 이들 기업의 사외이사를 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도 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사는 전원 한국인이다. 반면 TSMC는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미국인이 5명이고 영국인과 대만인이 각각 1명이다. 대부분 기업인 출신이다.

아울러 TSMC가 유능한 인력을 회사에 남아 있게 하는 데 주식보상이 효과적이었다면서 "이런 제도(주식보상) 없이 어떻게 훌륭한 인재를 붙잡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삼성전자는 최근까지 임원 보상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해오다 올해 들어 성과급 일부를 회사 주식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또 린 고문은 대만의 많은 이공계 학생이 의학 못지않게 공학 전공을 선호한다면서 TSMC가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hskim@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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