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거래' 나스닥·NYSE 앞다퉈 방한…서학개미 노린 무한경쟁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박경은 기자 =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이 미국 주식시장 24시간 거래를 앞두고 한국을 방문해 소위 '서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세일즈를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 주식 투자가 시간 제약 없이 가능해지면, 국내 주식 투자금이 미국 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진다. 동시에 한국거래소가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을 검토하면서 국내외 거래소 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 뉴욕거래소·NYSE, 방한해 적극 세일즈…亞 서학개미 정조준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NYSE와 나스닥은 각각 한국을 연달아 방문해 한국거래소와 국내 증권사 등과 만났다.
이번 만남에서 주요 관심사는 국내 투자자의 24시간 미국 주식시장 거래였다.
내년 하반기부터 미국 주식시장이 24시간 연장되는 만큼 국내 증권사 등과 협력 체계를 강화해 투자자 유치에 힘쓰기 위함이다.
지난달 NYSE는 거래소와 증권사를 순회하면서 일대일 미팅을 했다. 미국 현지 최신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나스닥은 이달에(19일) 개별 미팅부터 '24시간 거래'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를 열고 미국 주식 투자 관심을 제고했다.
미국 내 거래소는 복수 체계로 운영된다. 기본적으로 거래소는 다른 거래소에 상장된 종목을 거래할 수 있다. 이에 연장시간대 투자자를 두고 거래소 간 투자자 유치 경쟁이 벌어진 모습이다.
연장 시간대 거래는 주간 거래에 비해 시차를 고려할 때 아시아 현지 투자자가 차지하는 거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국내 증권사는 NYSE와 나스닥을 만난 자리에서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최신 정보 및 진행 상황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거래소가 24시간 거래를 하면 다양한 시장 참가자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증권사의 협조가 우선하여 필요하기에 가장 중점적으로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에 블루오션 등 대체거래소(ATS)를 경유한 미국 주식시장 투자가 아닌 실제 정규장이 연장되는 만큼 시장 유동성과 안정성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원래 미국 주식시장 24시간 연장 일정에 맞춰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거래시간 연장은 시스템상 중대한 변화는 아니고, 이전 블루오션 오류보다 거래 안정성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TV 제공]
◇ KRX도 거래시간 연장…ATS 넘어서 美거래소와의 정면 승부
한국거래소(KRX)도 이러한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한국거래소와 정규 거래시간을 기존 6시간 30분에서 최대 12시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TS 넥스트레이드와의 경쟁을 넘어, 글로벌 거래소와의 '무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미다.
거래시간 연장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이탈 방지, 정규·시간 외 거래 간 유동성 단절 해소, 해외 주요 ETF 상품 연계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거래시간이 확대될 경우, 시장 전반의 유동성 증가 및 외국인 투자자 유입 확대가 예상된다.
넥스트레이드의 출범 이후 늘어난 거래대금이 이러한 기대를 뒷받침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 증시 전체 거래대금은 약 37조5천억원이다. 4년 전 코스피가 3,100선에서 거래되던 시기 이후 처음으로 4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 중 약 10%는 한국거래소의 정규장 시간이 아닌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에서 거래됐다. 아직 기관투자자가 적극적으로 넥스트레이드의 거래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의 수요로 3조5천억원 안팎의 자금이 몰리고 있는 셈이다. 만약 한국거래소가 거래 시간을 늘릴 경우, 거래대금이 과거 최고 수준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거래소의 대응은 글로벌 추세와도 일치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올해 2월, 미국 SEC의 승인을 받아 거래시간을 기존 16시간에서 22시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미 오프아워에 대한 수요가 확인된 데다,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가상자산시장과 비교해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는 목적도 있다.
이미 거래소는 앞서 ATS 출범 전, 시간 외 시장에서의 거래 방식 변화를 검토한 바 있다. 정규장 종료 이후에도 접속매매 방식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한 셈이다. 최종 검토 단계에서 멈췄으나, 거래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고민은 이어지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거래 시간 연장은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다만 큰 변화를 불러오는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세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TV 제공]
ybnoh@yna.co.kr
gepark@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