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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지금] 점도표 수명 다했나…확산되는 회의론

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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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지금] 점도표 수명 다했나…확산되는 회의론



(뉴욕=연합인포맥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공개한 점도표를 두고 월가에선 또다시 '점도표 회의론'이 불거지고 있다. FOMC는 점도표상 올해 2회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으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통화정책 경로의 불확실성을 거듭 강조했다는 점에서 점도표에 대한 신뢰도가 다시 흔들리는 분위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본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점도표를 해석하는 관례대로라면 올해 2회 금리인하가 예상된다. 19명의 FOMC 위원 중 8명이 올해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 3.875%와 같은 전망치를 제출했다. 하지만 중간값보다 높은 전망치를 제출한 위원은 9명으로 한명 늘었고 연내 동결을 점친 위원은 7명까지 증가했다.

다시 말해 연말까지 50bp 인하를 전망한 위원과 동결을 예상한 위원 사이에 차이는 1명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연준 내부에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간극마저 큰데 관례대로 50bp 인하가 연준 전망치라고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주요 외신은 6월 FOMC 후 "시장은 점도표 중앙값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이지만 2024년 사례에서 보듯 중앙값의 미세한 변화가 경제 전망이나 연준의 실제 행동을 예측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점도표를 둘러싼 회의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6월 회의에서 연준은 연내 금리인하 전망을 기존 3회에서 1회(25bp 인하)로 줄였다. 그러나 실제론 9월에 '깜짝 빅컷(50bp 금리인하)'을 단행하더니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총 1%포인트나 내렸다. 여러 대외 변수에 따라 점도표는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점도표에 지나치게 비중을 두는 시장의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몇 개의 점을 찍는 것에 시장이 너무 진지하게 반응한다"며 "우리가 얼마나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점을 찍는지 제대로 전달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한 바 있다.

파월 의장과 FOMC 위원들도 점도표가 치밀하게 고안된 계획이나 약속이 아니라는 점을 매번 강조하지만 시장은 이를 암묵적 약속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연준의 경제 전망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시장의 과도한 해석 또는 '곡해'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월가에선 점도표의 구조적 문제가 혼선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점도표는 익명으로 작성된다. 그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위원마다 성향이 다르다는 점이 문제다. 위원마다 점을 찍는 배경이나 가중치가 다를 것인데 누가 찍은 점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단순히 점도 사이의 중간값만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미국의 개인금융 컨설팅회사 뱅크레이트는 "점도표에선 연준 의장의 전망과 지역 연준 총재의 전망이 동일한 비중으로 보이기 때문에 시장은 연준 내부의 의견 균형을 오해할 소지가 있다"며 "더욱이 각 위원의 전망치는 저마다 다른 경제 가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를 단순 나열한 점도표는 신호보다 잡음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조나단 라이트 경제학 교수는 "점도표가 실제 유용한 정보는 주는지 의문"이라며 "일부 사람은 그것이 혼란이나 모순된 신호만 준다고 평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점도표는 분기 말마다 한 번씩 발표되기 때문에 발표 시점이 최신 데이터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해 혼란을 야기한다는 불만도 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라이언 스위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은 연준이 '데이터 의존적'이고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원한다고 반복하는데 오히려 데이터에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점도표상의 각 점은 금세 효력을 잃게 된다"며 "점도표는 꽤 빨리 날짜가 정해진다"고 말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같은 문제점과 비판 속에 점도표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그중 하나는 점도표에 맥락 정보를 함께 제공하는 방안이다.

돈 콘 연준 전 부의장은 지난 3월 언론에 "점도표에서 금리 수치 점만 찍을 게 아니라 각 점에 대한 맥락 정보, 즉, 각 위원의 경제 가정과 반응 함수를 함께 공개하면 왜 그런 금리경로를 예상했는지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처럼 개선하면 점도표의 익명성과 맥락 결여 문제가 보완될 것"이라며 "시장은 연준의 생각을 더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점도표 발표 형식의 변경도 하나의 방편으로 거론되는 중이다.

현행 점도표는 연말 기준 몇 년 치 숫자를 찍는 형식으로 작성된다. 대신 '롤링 전망(rolling forecast)' 형식으로 전환하는 아이디어가 있다.

롤링 전망 형식은 통상 기업이 실적 예측치를 지속적으로 갱신할 때 쓰는 방법이다.

점도표를 6개월, 12개월 등 기간 기준 전망 형식으로 제시하면 연말 시점에 인위적으로 맞추느라 생기는 왜곡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점도표가 2012년 처음 도입된 배경에는 제로금리 상황에서 시장의 기대를 낮추고 추가적인 부양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목적이 퇴색됐기 때문에 한계에 달했으며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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