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대체운용사 블랙스톤, 韓서 펀드중개업 깃발 꽂았다
블랙스톤코리아인베스터솔루션스 설립…하영구 회장 등 이사회 합류
금융당국, 올해 글로벌 운용사의 펀드 중개 허용…이에 따른 후속 조치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서영태 기자 = 세계 최대의 대체투자 운용사인 블랙스톤이 한국에서 펀드 중개업에 나선다. 올해 금융당국이 외국계 운용사의 계열사 펀드에 대해 국내 직접 판매를 허용하자 본격적인 사업 채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올해 4월 '블랙스톤코리아인베스터솔루션스'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설립 자본금은 6억원으로 블랙스톤 홍콩 법인이 출자 주체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8일 외국인투자기업 등록도 완료했다.
블랙스톤코리아인베스터솔루션스는 펀드 중개업을 전개하기 위한 법인이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외국계 운용사의 펀드 중개업을 허용하면서 블랙스톤도 해당 비즈니스를 펼치기 위해 신설 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자본시장 선진화'의 일환으로 자본시장 역할 강화를 위한 금융투자산업 고도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방안 중 하나로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국내 자회사 펀드중개업 허용 방침을 명시했다.
이후 2월에 8개 외국계 운용사가 사업 의사를 금융위에 전달했고, 3월에 금융투자협회가 국내 증권사와 운용사의 반대 의견을 금융당국에 전했다. 4월 금융위는 해외 운용사 대상 신청 접수를 시작하며 정책 추진을 강행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4월 블랙스톤 뉴욕 본사를 찾아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과 면담하고 해당 정책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간 금융당국은 외국계 운용사의 펀드중개업을 허용하지 않았다. 펀드 운용과 판매를 분리한다는 원칙을 준수하고, 국내 투자업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이 때문에 해외 펀드의 국내 판매는 은행이나 증권사 등 국내 펀드 판매 회사를 통한 간접 방식으로만 가능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문턱을 낮춰 외국계 운용사의 자사 계열사 펀드에 대해 펀드중개업을 허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외국계 운용사가 국내에 자회사를 설립해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은 뒤 계열사 펀드를 국내 투자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불완전판매를 우려해 개인투자자는 제외하고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만 중개가 가능하다. 이에 국민연금이나 공제회 등 블랙스톤은 신설 법인을 통해 국내 기관투자자에 대한 마케팅 활동에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운용사의 국내 펀드중개업 인가 요건은 자기자본 최소 5억 원이다. 투자권유 자문인력 3명, 위험관리 전문인력 1명, 내부통제 전문인력 1명, 전산 전문인력 1명도 갖춰야 한다.
블랙스톤코리아인베스터솔루션스 초대 사령탑은 이희원 대표가 맡는다.
블랙스톤의 중역들도 이사회에 대거 합류했다. 블랙스톤 한국법인의 하영구 회장을 비롯해 멜라니메이란응 블랙스톤 인터내셔널 파이낸스그룹 매니징 디렉터, 리차드사이먼블레어 블랙스톤 시니어 매니징 디렉터, 캐롤킴 블랙스톤 시니어 매니징 디렉터, 에디후앙 시니어 매니징 디렉터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하 회장은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출신으로 블랙스톤 한국법인 초대 회장이다. 12대 은행연합회장도 역임했다. 그는 해외 운용사의 한국 내 펀드 판매 규제 완화에 목소리를 내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멜라니메이란응 디렉터는 블랙스톤 인터내셔널 파이낸스 아시아태평양 헤드로 아시아태평양에서 재무를 담당하고 있다.
리차드사이먼블레어 디렉터는 법무 담당이다. 캐롤킴 디렉터는 아시아 기관고객솔루션 그룹의 헤드로 아시아 내 투자자 관계와 신사업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블랙스톤 프라이빗 웰스 아시아태평양 헤드인 에디 후앙은 블랙스톤에서 사모투자를 담당하고 있다.
블랙스톤은 세계 최대 대체투자 운용사다. 1조 달러 이상의 운용 자산 규모를 자랑한다. 대체투자 가운데 부동산 투자에 강하다. 포트폴리오에 1만2천500개 이상 부동산 자산과 250개 이상 기업을 담고 있다.
과거 한 차례 한국 사무소를 열었다가 2014년에 철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 등 대형 기관투자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자 2022년에 한국법인을 재설립하고 하영구를 초대 회장으로 낙점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수익 안정화를 위해 대체투자 비중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며 "블랙스톤은 펀드를 중개하면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니즈를 충족하고,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블랙스톤에서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5.4.24 [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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