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두 배 치솟으면 美 경기침체"…중동 불확실성에 시장 공포
WTI 선물 가격, 4월 저점 대비 30% 급등
헤지펀드 증시 선물 매도량, 9개월 만에 최대치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 중인 가운데, 가격의 오름폭이 확대될수록 경기침체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근월물 가격은 이날 오전 9시 37분 현재 전장 대비 2.86% 오른 배럴당 75.95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오전 7시께 4% 넘게 오르다가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이날 WTI 선물 가격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발생하기 전과 비교하면 약 10% 높은 수준이다. WTI 선물 근월물은 지난 12일 배럴당 68.04달러로 장을 마쳤다.
유가가 급등세를 지속 중인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1년간 WTI 선물 가격이 2배로 상승한 경우 미국 경제는 매우 높은 확률로 경기침체에 진입한 바 있기 때문이다.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전반의 오름세가 소비 급감으로 이어지면서다.
WTI 선물 가격은 1990년, 2000년, 2008년에 1년간 두 배 이상 급등한 바 있다. 이때 미국 경제는 모두 경기침체에 들어섰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 유가가 두 배 이상 뛰는 등 극단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당시 경기침체의 공식 판정을 내리는 미국 전미경제연구소(NBER) 경기순환 판정위원회는 미국 경제가 짧은 경기침체였음을 인정했다.
중동 상황이 향후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1년 만에 WTI 선물 가격 2배 상승=미국 경기침체 진입'이라는 법칙에 대한 우려는 더욱 강화될 수 있다.
WTI 선물 가격은 이미 지난 4월의 저점과 비교해 30% 높아진 상태다.
지난 4월 9일 배럴당 55.12달러였던 WTI 선물 가격이 110달러 부근으로 상승하게 되면 4월 저점 대비 2배가 된다.
시장에서는 세계 원유의 통로로 통하는 이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WTI 선물 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미국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얀 하치우스는 "중동 지역 분쟁 확대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테일 리스크(tail risk)가 발생할 경우 미국의 경기침체 위험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 의회(마즐리스)는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자국 핵시설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최종 결정권은 최종국가안보회의(SNSC)에서 갖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해협이 봉쇄되면 미 해군이 즉각적으로 개입할 수 있고, 이란 역시 자국 석유 수출에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아직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 역시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12개월 후 미국의 경기침체 확률은 지난 4월 기준 28%로 집계됐다.
골드만삭스가 측정한 향후 1년 내 미국이 경기침체에 진입할 확률도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 등 비상업 부문(투기 세력)의 S&P500지수 선물 순매도량은 지난 10일 기준 12만7천969건으로 전주(6만9천628건) 대비 급증했다. 이는 9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투기 세력은 WTI 선물 가격 급등으로 인한 경기 악화와 증시 하락을 예상하고서 포지션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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