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2015년의 구글, 2025년의 파마리서치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2015년 8월 10일,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은 알파벳이라는 이름의 지주회사를 설립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사람들이 알던 나스닥 상장사 구글은 알파벳의 100% 비상장 자회사가 됐다. 알파벳은 기존에 구글이 거느리고 있던 수많은 자회사를 자기 아래로 가져왔다.
구글 주식은 같은 수의 알파벳 주식으로 바뀌었다.
구글 창업자 중 한 명인 래리 페이지 알파벳 초대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전략은 서로 관련성이 낮은 사업들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경영 규모를 확장할 수 있다"며 "우리의 모델은 각 사업을 운영하는 강력한 CEO를 두고 필요에 따라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 개편에 시장 참여자들은 "필요한 변화"라며 호평을 보냈다. 발표 다음 날 구글 주가는 4.1% 올랐다.
[출처: 파마리서치]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25년 6월 13일, '리쥬란'으로 유명한 한국의 재생 바이오 제약회사 파마리서치[214450]가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공개했다.
인적분할과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거쳐 존속법인(파마리서치홀딩스)은 지주회사가 되고, 신설법인(파마리서치)은 사업회사가 된다.
파마리서치는 인수·합병(M&A) 등 투자에 따른 위험을 본 사업으로부터 분리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가 각자 역할에 집중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기까지 보면 구글과 파마리서치가 그리는 그림은 비슷하다. 두 회사 모두 지주회사 체제를 통한 경영 효율성 극대화를 내걸었다.
차이는 중복상장 여부다.
구글은 발표 전후로 상장사가 단 하나다. 개편 전에는 구글, 개편 후에는 알파벳이다.
반면 파마리서치는 지주회사와 사업회사가 모두 증시에 상장된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는 중복상장은 꾸준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 같은 구조는 향후 두 회사 주주 간의 이해 충돌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미래에 자회사가 사업 확장을 위해 유상증자를 할 경우 지배주주의 직접적인 부담도 가벼워진다.
머스트자산운용의 지적처럼 지주회사 전환이 필요하다면 사업회사를 100% 자회사로 물적분할한 뒤 상장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하지만 파마리서치는 왜 이 방법을 택하지 않았는지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은 파마리서치의 이번 인적분할을 두고 최대주주가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지주회사 저평가를 이용해 상속세를 절감하려는 목적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가파른 실적 개선과 맞물려 주가가 우상향하던 중에 이러한 발표가 나오자 많은 주주가 안타까워했다.
우호적 평가를 받았던 구글과 달리 파마리서치는 인적분할 발표 당일 주가가 17.1% 급락했고, 24일까지도 발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산업부 김학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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