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자산운용, 롯데렌탈에 두번째 공개서한…"상법개정 첫 위반사례 될 수도"
미국 델라웨어주 판례 제시…"결자해지 차원 결단을"
정치권도 롯데렌탈 매각 사례 주목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이재명 정부의 상법 개정이 임박한 와중에 롯데렌탈의 유상증자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의 첫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고 VIP자산운용이 지적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25일 두 번째 공개서한을 통해 롯데렌탈 유상증자가 상법 개정 시 1호 위반 사례가 될 수 있다며 롯데그룹의 자발적 해결을 촉구했다.
VIP자산운용은 지난 6월 초에도 롯데렌탈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소액주주와 고객의 이익을 훼손한다며 철회를 요구하는 첫 번째 공개서한을 낸 바 있다. 평소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우호적 행동주의'를 실천해온 VIP자산운용이 공개 비판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두 번째 서한은 롯데렌탈이 지난 23일 공시한 증권신고서에서 유상증자 철회 계획이 없다고 못 박은 뒤 재차 나온 것이다.
특히 이번 서한에서는 미국 델라웨어주 판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법적 위험성을 경고했다. 2010년 디지털 음악 유통업체 Orchard 사건에서는 대주주가 소액주주 지분을 강제 매입하려 했고, 자신이 장악한 이사회가 독립적 검토 없이 낮은 가격에 거래를 승인한 것에 대해 델라웨어 법원이 충실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차액 배상을 명령했다.
1983년 UOP 사건에서도 대주주가 이사회를 지배하고 공정한 절차 없이 거래를 밀어붙인 점이 문제가 돼 손해배상이 명령됐다.
VIP자산운용은 "이들 사례는 모두 대주주가 지배하는 이사회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외면한 채 거래를 강행한 경우였다"며 "겉으로는 정상적인 시가 수준의 거래로 보일지라도, 절차의 공정성과 가격의 적정성이 결여될 경우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호텔롯데는 롯데렌탈 지분 56%를 사모펀드 어피니티파트너스에 당시 주가의 2.6배인 주당 7만7천115원에 매각했고, 동시에 롯데렌탈 이사회는 어피니티를 대상으로 주당 2만9천180원에 대규모 신주 발행을 결의했다.
이를 통해 어피니티는 지분율 확대와 평균 매입단가 하락이라는 두 가지 혜택을 얻은 반면, 기존 일반 주주들은 지분이 희석되는 손실을 떠안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주당 7만7천원에 매수의사를 밝힌 어피니티에게 다른 주주들의 지분을 희석시키면서 2만9천원대에 신주를 추가로 인수할 수 있게 허용한 이사회 결정이 과연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VIP자산운용은 해결방안으로 "롯데렌탈은 재무상 유상증자가 필요하지 않다"며 "그럼에도 자금이 필요하다면 저가 유증으로 수혜를 입는 호텔롯데가 일시적으로 필요한 자금을 대여하거나, 최소한 공모가(5만9천원) 이상 수준에서 유상증자를 진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롯데렌탈의 불공정 유증은 정치권에서도 주목하는 사례다.
더불어민주당 내 조직인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오기형 의원은 상법 개정을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로 롯데렌탈 매각 사례를 들었다.
오 의원은 "지금도 일반주주 이익이 침해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유예기간 없이 상법 개정안이 즉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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