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25일(이하 미 동부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 3대 주가지수는 혼조로 마무리됐다.
나스닥지수는 엔비디아를 필두로 반도체 주식이 강세를 보이면서 사흘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S&P 500과 다우존스 지수는 그간 랠리 '피로감'에 약보합을 나타냈다.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3조7천652억달러(약 5천121조원)를 넘기며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올라섰다.
미국 국채가격은 단기물의 강세 속에 혼조 양상을 보였다. 수익률곡선은 가팔라졌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의 이틀째 의회 발언을 소화하면서 시장은 금리 인하 베팅을 더 강화했다. 오후 장중 연준이 보완적 레버리지비율(SLR)을 하향하는 개정안을 발표하자 수익률곡선 전반의 강세 압력이 커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미국 달러화 가치가 나흘 연속 하락했다. 달러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 속 국채 시장의 수요를 더욱 확충할 수 있는 SLR까지 완화되자 약세 압력을 받았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는 97대 중후반으로 밀리며 3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뉴욕 유가는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크게 감소했다는 소식에 4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다.
연준 이사회(FRB)는 글로벌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에 적용되는 이른바 '강화된'(enhanced) SLR(eSLR)을 낮추는 방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GSIB들의 지주회사에 적용되는 eSLR은 종전 5%에서 3.5~4.5%로, 각 지주회사의 은행 자회사가 충족해야 하는 eSLR은 6%에서 3.5~4.5%로 낮아지게 된다.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장 마감 무렵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06.59포인트(0.25%) 밀린 42,982.43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0.02포인트(0.00%) 내린 6,092.16, 나스닥종합지수는 61.02포인트(0.31%) 오른 19,973.55에 장을 마쳤다.
이날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굵직한 재료는 나오지 않았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군사 충돌이 휴전으로 일단락되자 증시는 급등한 뒤 보합권에서 숨을 고르는 분위기였다.
이번 주 주가지수가 가파르게 반등한 점도 투자자들에게 부담이다. 나스닥은 이날까지 2.7% 급등했고 S&P500은 2.08%, 다우 지수는 1.84% 상승했다.
주요 주가지수가 전고점에 가까워진 점도 매수심리를 꺼리게 만드는 요소다. 나스닥은 이날 장 중 20,000선을 재돌파하기도 했다. 지난 2월 21일 이후 처음이다.
콘커런트자산운용의 레아 베넷 최고투자전략가는 "시장에는 장기적으로 자산 가격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일부 안정된 순풍과 정책 헛발질 가능성의 순환적 역풍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오늘은 전자가 승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날 미국 의회 상원에서 반기 통화정책 보고에 나선 가운데 전날과 같은 기조의 발언을 내놓았다.
파월은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여파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기다리기에 적절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날에 이어 연준 일각에서 주장하는 '7월 인하론'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음에 따라 시장은 기존보다 조금 더 비둘기파적 입장을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업종별로는 기술이 1.18% 올랐고 통신서비스는 0.5% 상승했다. 반면 부동산은 2.46% 급락했고 필수소비재와 임의 소비재, 유틸리티도 1% 넘게 떨어졌다.
시가총액 1조달러 이상의 거대 기술기업들은 혼조 흐름이었다.
엔비디아는 4.33% 급등했고 구글도 2% 넘게 뛰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브로드컴도 강보합이었다.
엔비디아는 이날 급등으로 시총이 3조7천651억달러에 달하며 전 세계 시총 1위를 탈환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가 이날 연례 주주총회에서 AI 다음으로 로봇 기술이 엔비디아의 가장 큰 성장 기회라며 성장 기회가 여전히 많다고 강조한 점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
엔비디아 주가 강세로 관련 산업에 온기가 확산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1% 뛰었다.
반면 테슬라는 3% 넘게 하락했고 아마존과 메타플랫폼스는 약보합이었다.
테슬라는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5개월 연속 감소했다는 소식에 약세다.
미국 군사 무인기(드론) 제조업체 에어로바이런먼트는 최근 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았다는 소식에 주가가 21.55% 급등했다.
영국에 본거지를 둔 글로벌 에너지 기업 BP는 에너지 메이저 셸이 인수를 타진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10% 이상 뛰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7월 기준금리 동결 확률을 75.2%로 낮춰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0.72포인트(4.12%) 내린 16.76을 기록했다.
◇채권시장
연합인포맥스의 해외금리 일중 화면(화면번호 6532)에 따르면 오후 3시 현재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오후 3시 기준가와 같은 4.2930%에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3.7810%로 같은 기간 3.10bp 낮아졌다.
만기가 가장 긴 30년물 국채금리는 4.8430%로 1.20bp 상승했다.
10년물과 2년물 금리 차이는 전 거래일 48.1bp에서 51.2bp로 확대됐다.
국채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전체적으로 보면 '전약후강' 장세가 나타났다. 국제유가가 모처럼 반등하자 장 초반 오름세를 보이던 미 국채금리는 파월 의장의 상원 반기 통화정책 보고가 진행되는 가운데 레벨을 조금씩 낮추기 시작했다.
오후 들어 연준의 SLR 완화 발표가 난 뒤에는 모든 구간에서 국채금리 레벨이 더 낮아졌다.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는 4.30% 레벨을 내줬다.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한 파월 의장은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관세의)얼마나 많은 부분이 인플레이션에 반영되나. 솔직히 말해서, 그걸 미리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면서 "(영향이)크거나 작을 수 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에 이어 시장은 파월 의장의 전반적 논조를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장 내달 금리 인하는 어렵더라도 9월 인하는 유력하다는 베팅이 힘을 얻었다.
TD증권의 제너디 골드버그 금리 전략가는 "시장이 더 단시일 내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평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원 질의에서는 파월 의장에 대한 정치적 공격도 등장했다.
공화당의 버니 모레노 의원(오하이오)은 "우리는 수백만 명의 유권자들에 의해 선출됐다"면서 "당신은 단 한 사람에 의해 선출되었고, 대통령은 당신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모레노 의원은 "당신은 금리 인하를 거부함으로써 이 정부에 연간 4천억달러의 비용을 안기고 있다"고 질타했다.
오후 장 중반께 연준 이사회(FRB)는 글로벌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B)에 적용되는 이른바 '강화된'(enhanced) SLR(eSLR)을 낮추는 방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GSIB들의 지주회사에 적용되는 eSLR은 종전 5%에서 3.5~4.5%로, 각 지주회사의 은행 자회사가 충족해야 하는 eSLR은 6%에서 3.5~4.5%로 낮아지게 된다.
이후 개최된 FRB 회의에서 이 개정안은 찬성 5명 대 반대 2명의 표결로 통과됐다. 전임 감독담당 부의장인 마이클 바 이사와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는 반대표를 던졌다. 두 사람은 모두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오후 1시 실시된 5년물 입찰은 다소 부진한 수요가 유입되면서 시장 예상보다 소폭 높게 수익률이 결정됐다. 시장에 별다른 영향은 없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700억달러 규모 5년물 국채의 발행 수익률은 3.879%로 결정됐다. 지난달 입찰 때의 4.071%에 비해 19.2p 낮아졌다. 작년 9월 이후 최저치다.
응찰률은 2.36배로 전달 2.39배에 비해 다소 낮아졌다. 이전 6개월 평균치 2.39배도 밑돌았다.
발행 수익률은 발행 전 거래(When-Issued trading) 수익률을 0.5bp 상회했다. 시장 예상보다 수익률이 높게 결정됐다는 의미다.
해외투자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 낙찰률은 64.7%로 전달에 비해 13.7%포인트 급락했다. 전달 수치는 역대 최고치였다.
선물시장은 연내 금리 인하폭을 약 63bp로, 전 거래일보다 3bp 가까이 높여 잡았다. 연내 25bp씩 두 번의 금리 인하는 확실하고, 세 번도 약간 가능성이 있다는 프라이싱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뉴욕 오후 3시 48분께 연준이 7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전장 81.4%에서 75.2%로 낮춰 반영했다. 9월까지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은 전장 14.8%에서 9.2%로 하락했고, 연말까지 연내 한번 인하에 그칠 가능성은 12.9%에서 9.9%로 낮아졌다.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오후 4시 현재(이하 미 동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45.235엔으로, 전장 뉴욕장 마감가 144.775엔보다 0.460엔(0.32%) 상승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1.16594달러로 전장보다 0.00467달러(0.402%) 올랐다. 지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2개국은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총 5%로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직접 군사비 3.5%+간접 비용 1.5%'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한 '5%'를 맞췄다.
유럽에서 인프라 및 방위산업에 대한 재정 집행으로 경기 부양 효과를 끌어낼 발판으로 분석된다.
달러인덱스는 97.691로 전장보다 0.245포인트(0.250%) 하락했다. 2022년 3월 이후 가장 낮다.
달러는 뉴욕장 들어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약세 압력을 받았다.
전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묻자 "많은 경로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전체적인 기조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이지만 아예 배제하지는 않은 것이다.
스탠다드차타드(SC)의 주요 10개국 외환 책임자인 스티브 잉글랜더는 "시장은 그 발언에 주목했다. 일주일 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파월 의장의 발언보다 더 완화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라며 "시장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페이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칼 샤모타는 "시장은 파월 의장의 의회 증언을 연준이 가을 초 금리 인하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한 파월 의장은 "기다리기에 적절한 위치에 있다"면서 관세가 얼마나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연준이 SLR을 완화한 것도 달러 약세의 이유로 꼽힌다. SLR은 자산 규모가 2천500억달러 이상인 대형은행에 적용되는 레버리지비율로, 총 익스포저 대비 자기자본을 3% 이상 유지하도록 하는 규제다.
자산별 위험가중치가 없는 SLR은 미 국채도 고위험 자산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탓에 은행들의 미 국채 매입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B)의 경우 지주회사는 5%, 은행 자회사는 6%로 적용받았지만, 앞으로 모두 3.5~4.5%로 내려가게 된다. 그만큼 금융권 입장에서 국채 매수 여력이 확충된 셈이다.
달러인덱스는 이러한 재료에 따른 미 국채금리 하락과 맞물려 97.644까지 밀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