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수판매, 추경 도움 받을 수 있나…빚투 성행 딜레마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이재명 정부의 내수 부양이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다.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허덕이던 기업들도 숨통을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식시장과 자본시장의 활황으로 인해 제조기업까지 소비의 온기가 닿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빚을 내 주식,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성행도 딜레마로 지목됐다. 산업 생태계와 고용을 고려한 중장기 대책이 강조됐다.
2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제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내수판매 실적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각각 84와 69를 나타냈다. 전월보다 대기업은 3포인트, 중소기업은 2포인트 낮아졌다.
BSI는 기준치를 100으로 설문을 수치화한 통계다. 부정 응답이 많을수록 숫자가 기준치 밑으로 내려간다. 기업들은 내수판매가 부진해졌다고 느꼈다.
내수판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소상공인과 비교하면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출처: 한국은행, 중소벤처기업부]
불경기에 계엄 여파가 극심했던 올해 1월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내수판매 BSI는 지금보다 낮았다. 당시 소상공인의 BSI도 50을 밑도는 최악의 상황을 나타냈다. 대기업-소상공인 BSI가 3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이후 민간 경제주체들의 체감 내수 경기가 점차 살아나는데, 소상공인의 속도가 훨씬 빠르다. 소비 회복의 패턴이 소규모로 돈을 쓰는 서비스업에 치중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아직 차량이나 가전 등 고가의 내구재를 새로 살 만큼 살림이 넉넉해지진 않았다고 판단했다.
새정부가 내놓은 소비쿠폰 중심의 추경은 이러한 흐름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기 부양책의 성격이 강해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대기업보다는 소상공인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봤다.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을 내건 이재명 대통령의 철학이 담긴 결과다.
빚투가 지속하는 점도 기업들이 마냥 소비에 기댈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앞으로 정부가 가계의 투기 성향은 줄이고, 소비와 실물 투자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지금 수백, 수천만원의 제품을 소비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보다 많은 신용을 일으켜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시장 안정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관세를 없애 투자 가능성을 키우고,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할 수 있는지 중장기적으로 기업과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추경의 경우 일부 소매업, 숙박·외식업 등의 단기적 매출 증가와 함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고용 등을 유발할 순 있어도 중장기적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긴 어렵다"며 "장기적 관점의 경제 제반 여건 강화 정책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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