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팁은 짧고 플랫은 길다?…커브 전략 고민 커진 채권시장
(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커브(수익률곡선) 전략을 두고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추경) 전 대세로 여겨졌던 스티프닝(가팔라짐) 전략이 저물고, 플래트닝(완만화) 국면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내년 예산안 편성을 앞두고 악재를 선반영한 중단기물이 상대적 강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30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국고채 10년물과 3년물 민평금리 스프레드는 전 거래일 33bp로 지난 5일 47.8bp에서 크게 축소했다.
지난 5일 대비 국고 3년 금리가 4.3bp 오른 반면 10년 금리는 10.5bp 하락한 데 따른 영향이다.
◇ 스팁은 짧고 플랫은 길다…경기 바닥 지났을 가능성
향후에도 커브 플래트닝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통상 학계에서는 경기가 바닥일 때 커브가 가장 가파르다고 본다. 심각한 경기 부진에 완화적 통화정책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반영되면서 중단기 금리를 잡아끄는 셈이다.
그러나 이후 경기가 점차 개선되면서 중단기 금리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커브는 완만해지기 시작한다.
국내 경기 선행 지표도 반등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8.7로 전월보다 6.9포인트(p) 올라 지난 2021년 6월(111.1)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우리나라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의 경기가 개선되는 점도 주목할 재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업 전망지수(BSI) 중 반도체 업종은 109를 나타냈다.
BSI가 100 이상이면 체감 경기를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수요가 확대되면서 수출이 늘고 있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반도체 수출액은 116억6천6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17.2% 증가했다.
반도체 시장 선행 지표로 평가되는 메모리 D램(8Gb) 현물가격도 지난 26일 5.55달러로, 5월 말 2.83달러보다 급등했다.
반도체 경기 개선과 추경 영향을 고려해 한은이 당초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할 것이란 전망도 채권시장 일부에서 제기된다.
이 경우 중단기 금리엔 상승 압력을 가하면서 커브 플래트닝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
◇ 악재 선반영한 중단기물…예산안 앞두고 불안한 장기물
다만 커브 스티프닝 압력이 다시 커질 것이란 관측도 만만찮다.
중단기물 금리가 최근 올랐지만, 약세 재료를 선반영한 만큼 하락 압력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관련 정부 대책이 생각보다 더 강력하다"며 "이를 보면 8월 금리인하는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중단기 금리의 상승 재료로 작용한 금융안정 이슈의 영향력이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점차 줄어들 것이란 평가다.
미국에서 당초보다 이른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지는 점도 국내 커브에 스티프닝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국내 통화정책도 추가 인하 여력이 커질 것이란 이야기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오는 9월 FOMC까지 한 차례 인하 기대는 연방기금금리 선물 가격에 76.0% 반영됐다.
내년 예산안 편성 국면에 장기물의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는 점도 스팁 전망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언급된다.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재정지출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다"며 "예산안 발표 전 채권시장 경계감이 커지면 중단기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인포맥스
기획재정부 일일경제지표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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