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규제에 은행 가계대출 20조 날아간다…크레디트물 호재 계속되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로 올해 하반기 전체 대출 공급량의 50%가 축소될 예정인 가운데 은행권 가계대출이 최대 20조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여 은행채 시장의 변화도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서울 채권시장에서는 은행채 발행 물량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이면서 스프레드 축소 등의 우호적인 분위기가 생길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30일 연합인포맥스 발행만기통계(화면번호 4236)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은행채는 2조5천920억원 순발행됐다.
다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만 1조200억원 순발행을 기록했고,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600억원, 900억원 순발행하는 등 크게 발행을 늘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히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3천200억원, 1천800억원 순상환에 나섰다.
올해 은행채는 대체로 순상환 기조를 띤 바 있다. 특히 지난 2월과 3월에는 각각 2조원, 7조원 넘게 순상환하면서, 크레디트에 우호적인 수급 분위기를 마련했다.
실제로 올해 은행채 순상환 기조는 우량 크레디트 시장은 물론, 크레디트 시장 전반의 강세 흐름을 이끌기도 했다. 2분기 들어서는 다소 순발행 조짐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대체로 특수은행채 위주의 움직임이었다.
이에 따라 3년물 기준 'AAA' 은행채와 국고채 간 스프레드는 연초 34.8bp 수준에서 꾸준히 축소됐고 전 거래일 기준 27bp까지 좁혀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수도권·규제지역 내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 금지'라는 초강력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연간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최대 20조원 정도 줄어들게 된다.
통상 은행들은 주담대 수요에 정기예금 조달 혹은 은행채 발행으로 대응하는데, 이번 규제로 은행채에 대한 발행 유인이 보다 더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오는 7월 1일부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까지 시행되면서 이중으로 규제가 맞물리게 되면서, 대출 억제 상황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우량 크레디트 위주로 투자심리를 개선하면서, 은행채 등 크레디트 스프레드의 추가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은행의 채권 딜러는 "대출 수요가 감소하면 은행채 발행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도 특은채를 제외하면 발행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인데,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은행채 스프레드가 너무 좁혀져 있는 상황이어서 이보다 얼마나 더 강해질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든다"고 언급했다.
한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하반기는 시기상으로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시기이긴 하지만, 상황상 적어도 이보다 더 눈에 띄게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와 같은 규제가 유지된다면 크레디트에는 계속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문현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가계대출 총량이 규제되면서 은행채 순발행 규모는 축소될 것"이라며 "스프레드가 확대되더라도 그 폭을 빠르게 되돌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올해 들어 3년물 기준 은행채(빨간) 및 국고채 금리와 스프레드 추이
jhson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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