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하는 미중 패권전쟁, '샌드위치' 한국의 생존 전략은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전 세계가 미·중 패권전쟁으로 혼란스럽다.
두 강대국의 양보 없는 줄다리기에 샌드위치처럼 사이에 낀 국가들은 숨죽인 채 눈치만 보고 있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사실 미·중 갈등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트럼프 1기 때 본격화한 이후 강도의 차이를 보이며 지속돼 왔다. 장기간 이어진 긴장 상태에 슬그머니 계산기를 두드리며 이해타산을 따지는 국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제 살길 찾기에 나선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생존 전략 마련에 팔을 걷었다. 근처 서점만 가 봐도 미·중 패권전쟁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한 서적들이 책장 한편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일부는 대놓고 특정 국가의 편을 들고, '전략적 균형'을 강조하는 책들도 있다.
'차이나 퍼즐'의 저자 전병서 소장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을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지정학적 숙명은 차치하더라도, 미국의 기술과 중국의 재료, 시장으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선 중국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면서다.
심지어 외면하는 게 정답도 아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당적을 막론하고 '중국과의 전쟁'을 선포했음에도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중국으로 몰려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돈'과 '시장'이 중국에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시장을 버리는 상인은 상인이 아니라고.
특히 지금과 같은 기술 패권 시대에 중국은 더 이상 옛날의 중국이 아니다. 거의 '유일'한 장점이었던 인구가 '수많은' 장점 중 하나가 된 지 오래다.
국내총생산(GDP)과 첨단산업 기술력 등 어떤 지표를 들이대더라도 한국은 물론, 미국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저자는 미국의 대중 무역전쟁에 대해 "2등의 부상에 대한 1등의 공포가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이 전례 없는 자국 우선주의와 기술 봉쇄 정책을 펼치는 배경에 중국이 있다는 건 양국의 힘이 균형이 어떤 상태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저자는 책에서 "'극중(克中)'하고 싶다면 '지중(知中)'이 먼저"라고 거듭 조언한다. 중국을 상대로 돈을 벌고 싶다면 일단 중국을 잘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웃 국가'란 이유로 중국을 잘 안다고 착각하는 한국 정부와 기업이 귀담아들어야 하는 이야기다. 마음먹고 등지면 지구 한 바퀴를 돌아야 겨우 만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차이나 퍼즐'은 총 여덟 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다. 미국과 중국의 '현재'를 진단하고 '과거'를 되돌아보며 '미래'를 예측하는 구성이다.
단순히 두 나라의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다. 중간중간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러시아, 대만 등 주변국들의 사례가 함께 나오고, 산업(반도체·배터리 등)과 금융,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복합적으로 현상을 진단한다.
책장을 넘길수록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인사이트와 술술 읽히는 문체로 복잡한 중국 경제와 미·중 대립을 풀어낸 저자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몇 번이고 책 표지에 인쇄된 이력을 살폈다. 직접 몸을 부딪치며 쌓아 올린 식견을 상대가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부러운' 능력을 갖췄다.
오늘날의 한국은 각종 불확실성에 휩싸여있다. 격화하는 미·중 패권전쟁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을 넘어, 조기 대선에 따른 신(新)정부 출범으로 주요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지금, 해야 할 건 '걱정'이 아니라 '열공'이다. 가까운 서점을 찾아 중국이라는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을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전 소장은 여의도 금융가에서 17년 간 반도체/IT 애널리스트로 일했고, 그 후 19년간 중국 경제와 산업을 연구했다.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과 대우증권 상무, 한화증권 전무를 지내며 리서치본부장과 IB본부장을 역임했다. 중국 베이징 칭화대에서 석사, 상하이 푸단대에서 박사 학위도 받았다.
현재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MBA 학생들에게 중국경제론, 중국자본시장론, 중국 비즈니스 사례 분석 등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 반도체 슈퍼乙전략』, 『돈의 흐름을 꿰뚫는 산업 트렌드』 등이 있다.
『차이나 퍼즐』, 연합인포맥스북스, 428쪽, 2만9천500원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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