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와 지배구조①] 상장사 5곳 중 4곳 보유…50% 넘는 곳도
롯데지주, SK, 태광산업 등 일부 대기업도 20% 넘어
총수 사익 활용에 법적 분쟁 불씨
[※편집자주 : 최근 상법 개정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 해소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한편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해결되지 않은 과제 중 자사주가 있기 때문입니다. 주주환원 수단으로 활용되는 자사주가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사례로 등장합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자사주 오남용 문제와 향후 과제 등을 다룬 기사 4편을 송고합니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콘텐츠기획본부]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다섯 곳 중 네 곳은 자사주를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환원이라는 자사주 매입의 본래 취지에 비춰볼 때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는 기업이 이처럼 많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대기업 집단에서도 롯데지주[004990], SK[034730], 태광산업[003240] 등은 자사주 보유 비중이 20%가 넘는 등 기업 규모의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았다. 자사주 매입이 주주환원보다는 총수의 사익 확대 도구로 오남용되고 있음을 의심하게 되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주식시장의 저평가를 가리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법 개정 후속 논의에서 자사주 매입과 관련한 제도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자사주 비중 50% 넘는 곳도…코스피 상장사 평균은 3.15%
7일 연합인포맥스가 코스피 상장사 817곳의 자사주 비중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 중에서 롯데지주(32.51%), SK(24.80%), 태광산업(24.41%) 등의 자사주 비중이 가장 높았다.
자사주 비중은 보통주 기준으로 발행주식총수 대비 자사주를 뜻한다.
롯데지주와 태광산업은 최근 각각 다른 목적으로 자사주 처분을 결정한 후 논란을 야기했다. (연합인포맥스가 7일 송고한 기획기사 [자사주와 지배구조] 참고)
코스피 상장사 중에서 자사주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일성아이에스[003120]다. 이 회사의 자사주 비중은 48.75%다. 부국증권[001270](42.73%), 신영증권[001720](35.92%), 대웅[003090](29.67%)도 자사주 비중이 상당했다.
신영증권은 3월 결산회사여서 지난해 3월 말 기준 데이터를 활용해 자사주 비중을 산출했다. 올해 3월말 기준으로 신영증권 자사주 비중은 53.10%로, 일성아이에스보다 높다.
오뚜기[007310]와 KT&G[033780]의 자사주 비중도 각각 14.18%, 13.96%로 높은 편이다. KT&G는 자사주로 법적분쟁에 휘말린 상태다.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올해 1월 KT&G가 무상이나 저가로 자사주를 사내근로복지기금 등 비영리법인 등에 기부했다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KT&G는 지난해 11월 주주환원계획을 통해 2024~2027년 신규 매입 자사주를 포함해 발행주식총수의 약 20%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KT&G의 자사주 비중은 11.6%로 지난해 말(13.96%)보다 감소했다.
코스피 상장사 817곳 중에서 자사주가 한주도 없는 곳은 178곳(전체의 21.8%)이다. 코스피 상장사의 자사주 비중은 평균 3.15%를 기록했다.
◇ "자사주 오남용 막을 제도 개선 논의해야"
최근 시장은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을 주목했다. 자사주는 배당과 함께 주주환원 수단으로 꼽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자사주를 취득한 후 소각하지 않아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는 탓이다.
실제 기업이 자사주를 대주주 경영권을 방어하거나 대주주 지배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 자사주로 사익편취규제를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 자사주 의무 소각 등 관련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자사주를 담보로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도 한다. (연합인포맥스가 7일 송고한 기획기사 [자사주와 지배구조] 참고)
반면 미국 기업은 자사주를 매입하고 대부분 소각한다.
이 같은 우리나라 기업의 자사주 문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상장법인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신주배정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시행했으나 자사주 오남용을 막기에 미진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하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번에 상법 개정안을 처리한 후 올해 하반기에 '자사주 원칙적 소각'을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자사주 제도를 개선할 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으로 한국 자본시장 대전환의 문을 열었다"며 "자사주가 오남용되는 국내 자본시장에서 자사주 처리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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