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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와 지배구조④] 교환사채, 외국엔 드문 활용법

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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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와 지배구조④] 교환사채, 외국엔 드문 활용법

태광산업, 소각 의무화·'3% 룰' 확대 전 우호주주 확보 의심

"자사주 기초 교환사채, 다른 국가에선 자주 있는 일 아냐"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중국에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는 말이 있다.

이재명 정부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움직임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모습이 꼭 그렇다. 몇몇 기업은 곳간에 쌓아 놓은 자사주가 강제로 소각되기 전에 이를 기초로 교환사채(EB) 발행에 나섰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태광산업[003240]은 지난달 27일 보유한 자사주 전량(24.41%)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금액으로 3천186억원이다.

사모로 발행한다고 공시는 했는데, 막상 인수자를 확정하지 않아 1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 명령을 부과받았다. 태광산업은 2일 급하게 이사회를 열어 인수자가 한국투자증권이라고 밝혔다. 그나마도 '발행 대상자는 내부절차 진행 중'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태광산업 울산 석유화학 공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태광산업은 이번에 처분하는 자사주를 최대 38년 동안 보유했다.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1987년 7월 액면병합 때 취득한 단수주까지 소각하지 않고 보유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사주는 1990년대에 취득한 물량이다.

태광산업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번 결정은 경영상 합리적 판단이 아니라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과 주주 보호 정책을 회피하려는 꼼수이자 위법"이라며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은 교환권 행사 시 사실상 3자 배정 유상증자와 동일한 효과가 있는 만큼 주주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고, '3% 룰'을 적용하는 분리선출 감사위원 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기 전에 태광산업이 이호진 고문의 우호 주주를 확보하기 위해 움직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놨다.

이에 대해 태광산업은 화장품과 에너지, 부동산개발 사업에 내년까지 1조5천억원을 투자하기 위해 자금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LS[006260]가 지난달 발행한 6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도 논란을 불렀다. 교환 대상은 LS가 보유한 자사주(1.20%)였다.

LS 교환사채는 전량 대한항공[003490]이 인수했다. 그룹 지배권 경쟁 가능성을 안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로 LS가 나선 가운데 반대급부로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LS의 지원군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K이노베이션[096770]과 SKC[011790]도 최근 수천억원대 자사주 교환사채를 찍었다.

SK이노베이션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크레딧앤솔루션으로부터 기유·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 지분 30%를 사 오기 위해 IMM크레딧을 인수자로 하는 3천767억원어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교환 대상 주식은 전체 주식의 2.25%였다.

SKC는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와 헬리오스프라이빗에쿼티 앞으로 2천600억원의 자사주(6.61%)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다만 이들 두 회사는 최근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상 참작 여지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제조 자회사 SK온의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며 계속해서 자금이 필요한 상태다. SKC도 최근 화학과 동박 사업이 돈을 까먹고 있다.

미국 등 자본시장이 발전한 국가에서는 기업이 자사주를 기초로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일이 드물다. 선진국에서는 자사주 취득이 곧 소각과 같은 말로 이해된다.

영국의 주주 자문사 스퀘어웰파트너스의 알리 사리바스 파트너는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에 대해 "다른 국가의 시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며 "원칙 관점에서 볼 때 주주들은 자사주가 소각되기를 바랄 것이며, 경영진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어떠한 조치도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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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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