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룰' 상법 개정,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에 선물될까
특수관계인 합산 3% 제한, 최대주주 영풍·MBK에 적용
상법 재차 개정돼 분리선출 이사 확대 시 추가 이득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국회가 '3% 룰'과 관련한 상법 개정에 나서면서 회사 지배권을 둘러싼 분쟁이 진행 중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에 뜻밖의 선물을 안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개정 상법은 분리선출 대상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사외이사인 경우에도 '최대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특수관계인 합산 3%로 제한했는데, 최 회장은 영풍·MBK파트너스에 밀리는 '2대주주'여서 타격이 없다.
상법이 추가로 개정돼 분리선출해야 하는 감사위원 수가 늘어나면 이 역시 최 회장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8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3일 본회의를 열어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특수관계인 합산 3%로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로써 지배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이사 후보자의 이사회 진입이 쉬워졌다.
이 조항으로 영풍[000670]·MBK파트너스와 지배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이 뜻밖의 수혜자가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상법 제542조의12 4항은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발행주식총수(의결권 없는 주식 제외)의 3%로 제한한다. 기존에는 사외이사 감사위원의 경우 최대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특수관계인을 합산하지 않고 개별 3%로 가능했는데, 이번 개정을 통해 사내·사외이사 구분 없이 특수관계인 합산 3%로 일원화됐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를 15 대 4 구도로 주도하는 최 회장은 고려아연의 2대주주(17.86%)여서 해당 사항이 없다. 아울러 본인과 특수관계인 가운데 지분을 3% 이상 보유한 주주가 없을 정도로 지분이 분산돼 있다.
반면 최대주주(41.25%) 영풍·MBK 측은 와이피씨(25.42%), 한국기업투자홀딩스(8.10%), 장형진 고문(3.49%) 등이 3% 이상 지분을 보유 중이어서 기존에도 영향권이었는데, 이번 개정으로 합산 3%까지 적용받게 됐다. 영풍·MBK는 47%에 달하는 의결권을 보유하고도 감사위원인 이사 선임 의안에서 3%밖에 행사하지 못할 처지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여기에 국회 과반을 차지한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3% 룰을 적용해 선출할 감사위원 수를 확대하기 위해 추가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최 회장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달 중 공청회를 거쳐 최종 법안을 확정하겠다고 했지만, "'더 센 상법'은 아직"이라며 벼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분리선출 감사위원 수가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최 회장은 지난 3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3% 룰을 적용해 분리선출해야 하는 감사위원 수를 '2인 이상'으로 명시하는 정관 개정을 추진한 적이 있다. 2대주주인 자신의 이사회 내 입지를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정관을 개정하려면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당시 찬성률이 64.9%에 그치면서 아슬아슬하게 부결됐다.
추가 상법 개정으로 분리선출 감사위원 수가 늘어나면 최 회장 입장에서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셈이다.
영풍이 제기한 소송에 따라 법원이 지난 3월 고려아연 정기주총 결의를 무효라고 판결하지 않는 한 영풍·MBK는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에 대해서만 새로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2026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최 회장 측 이사는 5명이다.
이렇다 보니 영풍·MBK의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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