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인플레·임금·성장 둔화 '삼중고'…美 관세 압박에 '정책 시험대'
日 실질임금 2.9% 감소…물가 상승에 임금 인상 효과 반감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일본은행(BOJ)이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 미국의 고율 관세 압박이라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한 가운데 최근 발표된 실질임금 지표까지 일본 내 가계 구매력 위축을 드러내 금리 정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CNBC는 "BOJ는 금리를 인상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할지, 아니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유지해야 할지 갈림길에 서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전일 발표한 '5월 근로통계조사'(속보치)에 따르면 물가 변동(보유 주택 임대료 환산분 제외 기준)을 고려한 실질임금은 1년 전보다 2.9% 줄어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는 20개월 만에 가장 빠른 하락세이자, 5개월 연속 감소다.
이는 명목임금이 오르고 있음에도 물가 상승률이 임금 인상 폭을 압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일본 최대 노동조합 총연합회(렌고)는 올해 봄철 임금교섭(춘투)에서 1991년 이후 가장 높은 5.25%의 임금 인상을 끌어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5%로 BOJ의 물가 목표치인 2%를 3년 넘게 초과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실질 소득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금리 인상이냐, 유지냐…엇갈리는 시장 시선
이 가운데 미국이 8월 1일부터 일본산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수출의존형인 일본 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겹쳤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BOJ의 향후 행보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스미토모 미쓰이 은행의 수석 외환 전략가 스즈키 히로후미는 CNBC에 "5월의 임금 하락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실질임금 증가세는 약하다"며 "이는 소비 둔화를 유발해 경제 성장세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BOJ가 기대하는 물가와 임금 간 선순환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는 금리 인상을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반면, 도쿄에 본사를 둔 금융사 모넥스그룹의 예스퍼 콜 전무이사는 "물가가 임금보다 빠르게 오르는 현상은 BOJ이 정책금리를 인상할 동기를 더 강하게 만든다"며 "일본 소비자 물가지수의 3분의 1이 수입물가에 연동된 만큼, 금리 인상으로 엔화 강세가 유도되면 수입 인플레이션을 줄여 국민의 구매력이 즉각 회복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BOJ의 최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현재로서는 BOJ가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즈호증권의 비슈누 바라탄 아시아 거시경제 리서치 책임자는 "BOJ이 지금 해야 할 최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며 "긴축 기조를 유지하되, 지금은 관세 불확실성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리를 더 올릴 여력은 크지 않으며, 국내 수요 위축 우려가 큰 만큼 정책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OJ는 임금과 물가 간의 선순환을 전제로 정책 정상화 의지를 밝혀 왔지만, 경기 둔화와 수출 위축이라는 현실은 금리 인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경제는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0.2% 위축돼 1년 만에 첫 역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매체는 "현재 BOJ는 물가 압력과 실질 소득 감소, 경기 위축, 관세 리스크라는 네 가지 축의 상충된 신호 속에서 어렵고 복잡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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