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나갈 돈 많은데 실적 악화일로…신용등급 영향은
10조 자사주 매입에 M&A도 연이어 발표…현금 유출↑
1월 무디스 이어 S&P도 등급 전망 '부정적' 하향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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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삼성전자의 실적이 날로 악화하면서 영업현금으로 주주환원과 인수·합병(M&A) 재원을 충당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됐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월 삼성전자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는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조만간 내놓을 정기평가에서 같은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전날 이사회를 열어 오는 10월까지 약 3조9천1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1조1천억원은 임직원 주식보상에 사용하고, 나머지 2조8천100억원은 소각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3조500억원,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3조400억원의 자기주식 취득을 합하면 1년 동안 총 10조원이다.
이와 별개로 삼성전자는 매년 9조8천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5월 2조4천억원의 분기배당을 지급했다.
작년 1월 발표한 2024~2026년 주주환원정책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 기간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재원으로 연간 9조8천억원의 정규배당을 유지할 계획이다. 다만 경영 환경에 따른 변경 가능성은 열어뒀다.
주주환원 외에 자금이 필요한 곳은 또 있다. 최근 발표한 여러 건의 M&A다.
삼성전자는 5월 이후에만 3건의 굵직한 M&A를 발표했다. 미국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약 5천억원)와 독일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그룹(약 2조4천억원),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젤스(수천억원) 등이다.
삼성전자는 이들 기업의 인수 절차를 올해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연내에 수조원의 현금 유출이 예고된 셈이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4조6천억원이라고 전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에 크게 못 미쳤을 뿐 아니라 전년 동기와 비교해 55.9%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2분기 10조4천억원을 기록한 뒤 9조2천억원→6조5천억원→6조7천억원→4조6천억원으로 하락세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1분기 잉여현금흐름은 약 3조2천억원이었는데, 2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31.2% 줄었음을 감안하면 잉여현금흐름도 비슷한 비율로 감소했을 공산이 크다.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은 줄었는데 일상적 설비투자 외에 주주환원과 M&A에 투입할 돈이 늘다 보니 신용등급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 무디스는 올해 1월 삼성전자의 메모리 기술 리더십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매년 이맘때 삼성전자의 신용등급 정기평가 결과를 내놓는 S&P는 작년 7월 회사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연간 영업이익률이 메모리 반도체 업황 호조에 힘입어 향후 1~2년 이내에 10%를 넘는 수준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가정을 적용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작년 4분기(8.6%) 10% 아래로 내려간 뒤 올해 2분기에는 6.2%까지 떨어졌다.
이렇다 보니 조만간 나올 S&P의 판단에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S&P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경쟁 지위 또는 수익성이 크게 훼손돼 영업이익률이 상당 기간 10%를 하회할 경우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며 "예상보다 훨씬 큰 규모의 기업 인수, 배당금 지급, 자사주 매입, 자본투자 등으로 재무정책 혹은 성장전략이 상당히 공격적으로 변할 경우에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파란색·빨간색), SK하이닉스(주황색·보라색) [출처: S&P]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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