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이유로 올라온 코스피…"주담대 제한→주식 여유자금도 축소"
EPS 상향 없이 PER 힘으로 상승한 코스피…외국인 유입 관건
증시 친화 정책 주시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올해 한국 증시는 실적 전망치 상향 없이 과도한 저평가가 해소되는 힘으로만 상승했다.
지금까지 코스피 최대 순매수 주체인 연기금의 매수 여력이 사라진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여유자금을 축소하는 대출 규제가 나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 강도가 향후 코스피의 상승 폭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 8일 코스피 3,133.74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10.39배,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04배에 해당한다.
밸류에이션이 30% 올랐는데도 과도한 할인을 이제 막 벗어난 수준이다.
한국의 12개월 PER 표준점수는 -0.54로 여전히 역사적 평균을 하회한다. 오히려 한국보다 연간 주가 상승률이 낮은 미국, 대만, 일본, 중국 등의 PER 표준점수가 한국보다 높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실적은 다소 불안해 예상을 상회하기는커녕 현재 기대 수준을 달성하는 것만으로도 환호가 터질 분위기"라며 "주가지수는 또다시 밸류에이션이 견인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시장 수급이 관건이다.
올해 코스피 최대 순매수 주체인 연기금의 매수 여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15.6%로, 올해 말 목표인 14.9%를 상회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4월 말 기준 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인 12.7%에다 그 이후 코스피 상승 폭인 23%를 단순 대입한 숫자다.
개인 투자자의 추가 유입을 기대하기에도 녹록지 않은 환경이다.
정부는 부동산에 쏠림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인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주택담보대출 6억원 규제와 같은 신용 제한은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여유자금의 크기도 줄어들게 만든다고 이 연구원은 지적했다.
연중 순매도 상태인 외국인의 추가 매수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 연구원은 "해외 투자자들은 정권이 주식시장에 친화적인가를 주시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증시 부양 의지는 과거 아베노믹스를 연상시킨다"고 설명했다.
아베노믹스는 과감한 금융완화, 기민한 재정정책, 성장전략 및 구조개혁이라는 세 개의 화살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아베노믹스 출범 10년 후인 2023년 3월 도쿄증권거래소가 상장 기업에 주주환원 확대 등 경영 체질 전환을 강하게 촉구했고, 이것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작년 일본 증시는 신고가를 경신했다"며 "한국 증시의 추가 상승 동력도 세 번째 화살에서 찾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자사주 소각 의무화, 기업 인수 시 의무 공개매수 제도, 계열사 간 합병 시 법원 사전심사,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이 이루어질지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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