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나쁜 시나리오는 관세 오르고 집값 안 잡히는 것"(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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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피혜림 기자 = 관세가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집값이 잡히지 않는 것이 통화정책에 나쁜 시나리오라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가 오는 8월 1일까지 유예됐지만 그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렵고, 정부의 강도높은 부동산 대책으로 가계대출이 잡힐 가능성은 커졌지만 가격 안정은 장담하기 어려운 데 따른 불확실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 총재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가 생각하는 나쁜 시나리오는 관세는 관세대로 크게 올라가고 반면에 가계부채는 잡히는데 부동산 가격이 안 잡히면 금융안정과 성장의 상충관계가 굉장히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계 부채 흐름은 예상할 수 있지만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생각보다 올라가면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출 수요가 또 생길 수 있어 가격이 잡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최근 7~8월까지 가계대출 증가폭이 확대되겠지만 6·27 대출 규제가 효과를 낸다면 증가세 둔화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대책이 지난 8월과 비슷한 면이 있다면서도, "차이점은 수도권에 집중돼서 올라가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다는 점"이라며 "정도로 따지면 지금이 더 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피엔딩이 금방 올지 잘 모르겠다. 그때보다 걱정을 좀 많이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작년 8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서 실기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서 부동산 과열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 총재는 새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을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대책을 통해 가격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확답하지 않았다.
그는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가 과도하게 빨리 돼서 이것이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하게 하지 않겠다는 게 예전부터 금통위 의견"이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금리를 한번 쉬고 기대 심리가 잡히는지 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경제 상황과 관련해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이 1% 위로 올라올 수 있을지 판단하기에는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의 상호관세를 둘러싸고 협상 시한이 8월 1일까지 연장됨에 따라 협상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에 부과될 관세 뿐만 아니라 생산기지가 있는 베트남, 멕시코, 캐나다 등에 매기는 관세도 봐야 하고, 수출이 많이 되는 유럽연합(EU)과 중국에 대한 관세도 확인해야 한다고 이 총재는 말했다.
1차와 2차 추경으로 경제성장률을 각각 0.1%포인트씩 올릴 수 있다고 봤다.
지난 5월말 전망치에는 1차 추경 효과가 반영된 수치여서 2차 추경 효과까지 합하면 0.9% 성장률이 나온다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그는 성장률을 높이는 요인과 낮추는 요인이 모두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5월에 생각했던 것보다 소비는 조금 좋아지고, 수출도 반도체 수출이 좋게 나오고 있어서 플러스가 생기는 반면 건설은 3분기 바닥을 예측했지만 건설 투자는 생각보다 더 나빠서 상쇄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수정 경제전망은 오는 8월 28일 예정된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나올 예정이다.
2차 추경을 통해 지원되는 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효과는 내년 초에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이 총재는 내다봤다.
이 총재는 또한 금리 정책의 보완수단으로 금융중개대출 등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재정정책이 하는 것을 (한은이) 떠맡는 것은 논란이 많은데 금리정책의 보완수단으로 하게 되면 논의도 명확해지고 지금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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