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개편②] 영국·호주도 반성하는 쌍봉형…"구조적 결함"
오히려 투자자 보호 실패한 영국·호주의 행위규제기관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논의되는 쌍봉형 금융감독체계를 두고는 우려의 시선이 존재한다. 일찍이 쌍봉형을 도입한 영국과 호주에서조차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쌍봉형 금융감독체계를 시행 중인 영국과 호주에서는 쌍봉형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둘로 나눠진 감독당국의 역량이 부족해 소비자보호가 오히려 약화했다는 지적이다.
◇ 영국 FT "쌍봉형 모델 재검토해야"
영국의 경우 2012년에 쌍봉형 모델을 구축했다. 금융감독기구가 FCA(영업행위감독청)와 PRA(건전성감독청)로 나뉘었다.
국정위에서 검토 중인 금융소비자보호원과 비슷한 FCA는 영국 의회로부터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작년 말에 나온 영국 의회 보고서가 FCA의 무능·부정직·불투명·느린 대응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의회 보고서는 "좋게 봐줘도 무능하고, 나쁘게 보면 부정직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실제로 2019년에 발생한 대형 금융사기 사건인 런던캐피탈앤드파이낸스 사태를 통해 FCA가 투자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코넛인컴펀드 사건도 FCA의 투자자 보호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드러낸 일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투자펀드 붕괴 전 명확한 경고가 있었음에도 FCA가 사태를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매체는 FCA 전에 존재했던 단일감독기구는 가벼운 규제로 인정받은 반면 FCA는 무의미한 서류작업 요구와 늦은 업무처리로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쌍봉형 모델은 재검토돼야 한다"며 단일 금융감독기구를 각각 건전성과 영업행위를 감독하는 두 기구로 나눠도 기능적으로 전혀 분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FCA는 금융회사의 리스크 테이킹을 제한하고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받았다.
◇ 호주 쌍봉형도 투자자 보호 실패
호주에선 ASIC(호주증권투자위원회)와 APRA(호주건전성감독청)이 쌍봉형 모델을 이루고 있다.
올해 초 호주 상원에서는 쌍봉형 모델에 구조적인 결함이 있으므로 쌍봉형을 철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상원의원이 쌍봉형 감독체계가 호주의 경제와 고용시장, 혁신에 리스크라고 지적한 것이다.
호주에서 금융소비자보호를 담당하는 ASIC는 테크기업 누익스(NUIX) 상장 건으로 비판을 받았다. 2020년 호주 주식시장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기대를 모은 누익스는 실적 부진과 회계 투명성 논란 등으로 상장 후 주가 폭락을 겪었다. ASIC는 2020년 12월 상장 전 누익스 투자설명서에 문제가 있다는 경고를 받았음에도 대응하지 않았고,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6억5천만 호주달러 수준의 손해를 입었다.
호주 상원의원 앤드류 브래그는 호주의 쌍봉형 체계가 사건 대응에 지나치게 비효울적이며, 역할 중복과 책임회피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브래그 상원의원은 "쌍봉형 모델이 더이상 적절하지 않다"며 새로운 형태의 감독체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쌍봉형 금융감독체계를 시행하는 주요국은 영국·호주·네덜란드 정도"라며 "이 몇 안 되는 나라에서조차 쌍봉형은 잘못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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