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각에 왓챠까지 기업회생…에이티넘, 플랫폼 투자 명가 위상 '흔들'
트렌비·뉴넥스도 경영악화, 두나무 투자로 쌓은 명성에 흠집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두나무 투자 잭팟으로 플랫폼 투자 명가라 불리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신선 육류 커머스 플랫폼 기업 정육각에 이어 OTT 플랫폼 기업인 왓챠까지 기업회생 기로에 놓이면서다.
정육각과 왓챠뿐 아니라 패션 플랫폼 포트폴리오도 경영 악화가 이어지면서 플랫폼 투자 명가라는 수식어에 흠집이 나고 있다.
1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세대 OTT 플랫폼 기업 왓챠는 지난 8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전환사채(CB) 투자사 중 한 곳인 인라인트벤처스에서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왓챠는 2012년 영화 추천 서비스인 '왓챠피디아'로 시작해 2016년 OTT 서비스 '왓챠'를 론칭하며 토종 OTT 시장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독립 영화와 다양성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수급하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2020년 시리즈D 투자라운드에서 첫 투자에 이어 이듬해 전환사채(CB)에도 투자하며 왓챠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왓챠는 스타트업 OTT로서 차별성 있는 콘텐츠를 강조했지만, 글로벌·국내 대기업 OTT와의 경쟁 심화 과정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자본력에서 밀려 대표 콘텐츠를 자체 생산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장기간 영업적자도 이어지면서 현재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왓챠에 앞서 정육각도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2016년 설립 이후 '오늘 도축한 고기를 오늘 배송한다'는 신선함과 독자적인 콜드체인 시스템으로 빠르게 성장한 기업이다.
복잡한 유통 과정을 없애고 생산자로부터 직접 고기를 매입해 소비자에게 신선한 축산물을 제공하는 전략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정육각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2020년 시리즈B 투자라운드를 시작으로 약 세 차례 투자에 참여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21년엔 정육각이 물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초록마을'을 인수할 때도 재무적 지원을 해줬다.
결국 초록마을 인수가 독이 됐다는 평가다. 2022년 900억 원 규모의 초록마을을 인수하며 대규모 차입금으로 재정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인수 후에도 초록마을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유동성 위기가 심화했다.
초신선을 내세웠지만 신선식품 배송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고, 엔데믹 전환과 고물가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매출 성장세가 둔화한 것도 경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자체 공장 설립 등 높은 고정비와 물류 비용 부담도 수익성 악화를 부추겼다.
결국 투자 시장 경색과 맞물려 추가 자금 유치에 실패하면서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왓챠와 정육각의 투자사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입장에서도 타격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투자금 회수도 불확실해지면서 두나무 투자 성과로 쌓았던 플랫폼 투자 명가라는 타이틀에 흠집이 났기 때문이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2015년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국내 벤처캐피탈(VC)업계에서 역사에 남을 성과를 기록했다.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약 500억 원 수준일 때 약 70억 원을 투자해 100배 이상의 회수 차익을 남겼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에 플랫폼 투자 명가라는 수식어를 안겨 준 포트폴리오가 바로 두나무였다.
왓챠와 정육각 외에도 경영 상황이 악화한 플랫폼 포트폴리오는 더 있다. 패션 플랫폼 기업 뉴넥스(옛 브랜디)와 명품 커머스 플랫폼 기업 트렌비다. 양사 모두 지난해 매출 감소와 함께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yb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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