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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동범 서울대 교수 "원화 스테이블코인, 통화정책 유효성 떨어뜨릴 것"

2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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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연합인포맥스

[인터뷰] 최동범 서울대 교수 "원화 스테이블코인, 통화정책 유효성 떨어뜨릴 것"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최동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15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테이블코인의 통화주권은 국내에서 사람들이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 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면 원화 가치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달러라이제이션을 늘릴 수 있다"며 "통화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유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인데 스테이블(Stable) 하지 않을 수 있다"며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따르는 금융안정 위험과 소비자보호 등에 대해 좀 더 신중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동범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마친 후 2023년부터 서울대 경영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지난 2012년부터 2019년까지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에서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했다.

주로 금융기관, 금융안정, 중앙은행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 금융위원회 정책연구심의위원회 위원, 한국파생상품학회 이사 한국증권학회 이사,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경제자문 패널 교수, 한국예탁결제원 자금운용위원회 위원, 한국 교직원공제회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 예금보험공사 경영위험심의위원회 위원, 한국 재무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다음은 최동범 교수와의 일문일답.



--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이 미치는 영향은.

▲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유효해야 한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오히려 통화정책 유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지금까지는 한국은행이 본원통화를 조정하고, 이것이 은행의 신용창출 능력 및 은행 예금 양을 조정해서 경제 내 통화량을 조정하고, 통화정책에서 엑셀, 브레이크도 결정한다. 한국은행이 화폐공급을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실물 경제가 반응했는데 스테이블코인은 사람들이 돈을 더 원하면 국채 사고, 더 찍으므로 한국은행의 개입이 없다. 유동성 관리가 안되는 셈. 그러면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워진다. 한은의 인플레이션 통제력 상실이야말로 원화 가치 안정성을 떨어뜨려 달러라이제이션을 가속화할 수 있다.

- 외환시장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 스테이블코인은 두 가지 용도가 있다. 크로스보더 페이먼트, 블록체인 금융 생태계 하에서의 결제 수단. 블록체인 금융 생태계가 아직 존재하지 않아 두번째는 아직이고, 첫번째는 확실히 유용성이 있다. 은행이나 스위프트 등을 통하는 건 비싸고 시간이 걸리지만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쓰면 수수료도 싸고 편리하다. 이 수요는 주로 달러 수요로 통화주권과는 무관하며, 자본유출입 모니터링 및 관리가 어려워지는 이슈가 있다. 만약 기업이 무역결제를 하는데 스테이블코인을 쓰면 그것도 달러로 해야 할 것.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쓰이면 외국인도 굳이 환전을 안해도 될 것이다. 불편하지 않으니까. 통화주권 위험보다 외환관리가 어려워진다. 외환시장에서는 모니터링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본다.

-- 통화주권 문제가 거론되는데.

▲우리나라는 달러라이제이션 위험이 다른 나라보다 아직은 작다. 주로 원화를 사용하기 때문. 제 3 세계 국가들 중에서도 달러를 쓰는 곳이 있는데 이미 인플레이션이 심해서 달러를 선호하는 것이다. 그 나라의 통화가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보여주는 것이 달러라이제이션. 결국 국내 기축통화가 원화에서 달러화가 되는가의 문제가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않다. 상인 입장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받았다가 환리스크에 노출된다 하면 그것은 싫을 것이다. 원화가 힘이 있고 안정적이면 괜찮다. 스테이블 코인을 도입하면 자금 세탁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고마워할 것으로 본다. 과거 은행들을 거칠 때는 책임 문제가 있어 확인이 오래 걸렸는데 그런 것이 없어지는 것이다. 만약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쓰지 않고,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쓰는 상황이 되면 우리나라 통화 주권이 흔들릴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은.

▲ 달러 스테이블 코인은 확실히 용도가 있다. 그런데 이것도 굳이 난립하고 있다면 말이 안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서 어디에 쓸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정부가 억지로 사용 사례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왜 그래야 하나 불분명하다. 아주 쓸모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굳이 원화를 두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쓰지는 않을 것.

-- 스테이블코인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는가.

▲ 페이먼트 시스템이 비효율적인 것도 있고, 그 때문에 수수료가 높은 측면도 있다. 만약 발행사끼리 경쟁을 하는 걸로 되면 수수료가 낮아질 수 있다. 그런데 코인 발행사 간의 경쟁은 금융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블록체인이 자리 잡은 미래의 금융환경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 하지만 그것을 미리 시작해 놓는 것이 중요한가.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는 것은 쓰임새가 안나타났는데 미리 준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 발행사 리스크는.

▲결국 스테이블코인도 받아주는 곳이 있어야 한다. 신용카드 중 비자, 마스터, 아멕스 정도만 살아남는 것처럼 결제를 위해 사용하기 어려운 스테이블코인은 결국 도태될 것이다. 하지만 은행업도 그렇고 금융에서 경쟁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경쟁이 금융안정과 조금 반대로 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행들이 너무 경쟁이 붙으면 예금금리를 많이 줘야 하고, 그럼 이자율이 진짜 높을 것. 은행은 자산에서 뭔가 벌어야 하는데 그러면 위험자산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리스크 테이킹 경쟁이 되면서 금융안정이 저해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나라가 은행시장에서 과한 경쟁도 못하게, 과도한 독점도 못하게 하는 것. 경쟁과 금융안정의 트레이드오프가 있다. 은행 하나를 열 때 힘들지 않나.

액면가가 유지될지도 중요하다. 코인이 1천개 있다 할 때 1등은 안전하고 탄탄해서 1원으로 거래하지만, 잡코인이면 누가 같은 1원으로 찾겠나. 마치 상품권 깡하는 것처럼 디스카운트가 있을 것. 가치가 보존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프리뱅킹 시대 때와 같아지는 것이다. 누구나 은행을 열고, 화폐를 발행했을 때 이 동네에서는 현금화가 되는데 다른 곳에 가면 안되는 것이다. 돈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코인 발행이)자산운용업과 비슷하게 된 것. (코인 발행시) 예금 아니면 초단기 국채만 살 수 있다고 했을 때 미국의 경우 국채금리가 나쁘지 않다. 비즈니스모델이 한탕주의가 될 수 있다. 금리가 낮아질 수록 마진이 줄어드는데 그때는 폐업하게 될 수도. 돈이 현금화가 안되면 뱅크런이랑 같아지는 것이다.

--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앞서 또 고려할 점은.

▲ 우리나라 국채가 그렇게 많지 않다. 지금 발행사들이 국채를 산다고 하면 살 국채가 많지 않고, 문제는 만약 발행사들이 우리 국채를 팔게 되면 유동적인 국채 시장이 넓지 않다. 스테이블코인이 얼마나 규모가 커질지는 모르지만 국채 사서 안전하다고 했는데 나중에 국채를 팔 때 사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국채 수급 불균형이 있을 수 있다. 미 국채 시장이야 수급 불균형이 좀 있어도 엄청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그게 맞는지 생각해야 한다.

소비자 보호 문제가 확실히 있을 수 있다. 너도 나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채권을 샀다가 나중에 채권이 안팔리네요. 하면서 (발행사가) 문닫으면 안된다. 실제로 국채만 사라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담보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면 손실이 커지는 것. 금융위기 때 머니마켓펀드(MMF) 처럼 안전하다 했다가 손실이 생길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인데 스테이블(Stable) 하지 않은 셈이다. 소비자 보호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블록체인 혁신은 틀린 말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시스템에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까지 은행들을 통해, 중앙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책임 지는 식이었는데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 비은행도 (발행)할 수 있게 할지는 시간을 두고 찬찬히 봐야 한다. 현금화 안되고, 채권을 팔아야 하면 시스템 리스크가 생기는 것.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 스테이블 코인은 결국 달러 우위로 가는 것인가.

▲앞으로 특정 국가에 대한 금융 제재도 어려워질 수도 있다. 미국이 이란이나 북한, 러시아 등의 금융제재를 할 때 은행 결제망에서 소외시키는 식이었는데 스테이블 코인을 하면 그걸 스스로 놓는 셈이다. 달러 패권 측면 뿐 아니라 미국의 패권에도 도움이 안될 수 있다.

-- 끝으로 한 말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코스트와 베네핏으로 보면 베네핏이 적고, 코스트가 크다고 본다. 하지만 나는 금융안정, 기존 시스템, 중앙은행 역할 등을 연구하므로 코스트에 가중치가 꽤 크다. 다른 사람들은 베네핏이 크다고 생각할 테니 다양한 의견이 나와서 조율되는 과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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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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