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YMI] '7월 인하' 월러, 양적긴축엔 매파적…월가와 온도 차
월러, QT 종료 기준으로 '지준 2.7조달러' 제시…시장 예상보다 낮아
재정증권 비중 확대로 듀레이션 축소도 주장…이중으로 매파적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안에서 최근 들어 이달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해온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양적긴축(QT)에 있어서는 반대되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주목된다.
정책금리 경로에 대해서는 비둘기파적이면서도 대차대조표 정책에 있어서는 매파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월러 이사는 연준이 QT 속도를 늦추기로 한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유일하게 이에 반대표를 행사하기도 했다.
월러 이사는 지난 10일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주최 연설에서 미국 은행권의 지급준비금 잔액이 약 2조7천억달러까지 줄어들어도 "대체로 풍부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지준 2조7천억달러'를 QT가 종료될 수 있는 기준처럼 제시한 것이다.
연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9일 현재 미국 은행권의 지준 잔액은 약 3조3천400억달러로 집계됐다. 월러 이사의 기준에 따르면 지준 잔액이 6천억달러 넘게 더 줄어들어도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월러 이사는 미국 머니마켓에서 금리 급등 소동이 벌어지면서 연준의 단기금리 통제력이 도마 위에 올랐던 '2019년 가을의 실패' 경험에서 2조7천억달러라는 숫자를 추산해냈다. 이는 미국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9%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월러 이사는 당시 명목 GDP 대비 지준 잔액 비율이 7%를 하회하자 금융시스템에 스트레스가 나타났고, 8%를 밑돌 때부터 문제가 부상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착안해 9%를 기준으로 설정했다. 그는 이에 대해 "오늘날 2조7천억달러의 지준은 대략 충분할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실제로는 더 많거나 적을 수 있지만, 이를 벤치마크로 삼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 말 현재 미국 명목 GDP 대비 지준 잔액은 약 11.5%다. 작년 3분기 10.7%까지 하락하기도 했으나, 부채한도 제약 속에 미 재무부가 현금잔고를 계속 소진하면서 지준이 증가하자 이 비율도 반등했다.
현재 미국 머니마켓은 부채한도 제약에서 벗어난 미 재무부의 현금잔고 재확충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 재무부의 유동성 흡수로 머니마켓에 상당한 압박이 나타날 수도 있다.(지난 9일 송고된 '美 재무부 "재정증권 발행 늘릴 것…이달 말 현금잔고 5천억달러"' 기사 참고)
지난 6월 FOMC를 앞두고 연준이 시장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을 보면, QT 종료 예상 시점은 내년 1월(중간값 기준)로 조사됐다. 그 시점의 지준 잔액은 2조8천750억달러로, 월러 이사의 기준보다 1천750억달러 높다.
JP모건의 테레사 호 금리 전략가 등은 지난 11일자 보고서에서 "2023년 3월 지역은행 위기 당시 예금 이탈성이 최고조에 달했고, 유동성을 크게 강조하는 현행 규제 체계를 고려할 때, 기준이 더 높아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월러 이사는 연준 대차대조표의 구성 측면에서도 매파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장기채권 비중을 줄이는 대신 재정증권(T-bill, 만기 1년 이하 국채) 비중을 높임으로써 연준 보유채권의 듀레이션을 짧게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QT를 더 진행하는 한편으로 향후 듀레이션도 줄여야 한다는 그의 입장은 이중으로 매파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연설에서 "듀레이션이 더 긴 자산은 금리 위험에 더 취약하며, 해당 자산의 금리가 낮을수록 연준이 장래에 받게 될 이자수입은 줄어든다"면서 "금리가 급등하거나 경기회복에 따라 시간을 두고 상승할 경우, 해당 자산은 가치를 상당히 잃게 되고, 포트폴리오의 미실현가치를 낮춘다"고 지적했다.
현재 연준의 전체 보유채권 중 재정증권은 3% 정도에 불과하다. 양적완화(QE)의 시대가 열리기 전인 '올드노멀' 시절에는 재정증권의 비중이 무려 3분의 1에 달했다.
s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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