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어피니티가 불공정 유증에 집착하는 이유…락앤락 보면 보인다
63.5%→67.7%…특별결의로 강제 상폐 가능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롯데렌탈 인수 과정에서 논란이 된 저가 유상증자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로 '락앤락 강제 상폐' 사례가 재주목받고 있다.
매입단가를 낮추는 것을 넘어 특별 결의를 위해 지분율을 추가 확보하는 수단이라는 분석이다.
롯데렌탈 지분 4%가량 보유하고 있는 VIP자산운용은 16일 롯데렌탈 유상증자를 두고 "어피니티가 락앤락 소액주주들을 축출한 방법"이라며 "이 66% '개헌선' 확보가 1조원대 경영권 프리미엄의 대가"라고 지적했다.
◇락앤락서 이미 실전 경험…1만8천000원→8천750원 강제매수
어피니티는 호텔롯데로부터 롯데렌탈 지분 56.2%를 인수한 후 유상증자로 63.5%까지 지분을 늘릴 계획이다.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을 포함하면 약 67.7%가 된다.
이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인 '출석 주식수의 2/3 이상'을 충족하는 수준이다. 상법상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주식을 현금으로 강제 매수하는 제도)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어피니티는 락앤락에서 동일한 시나리오를 실행했다. 2017년 락앤락 지분 63.6%를 주당 1만8천원에 인수한 어피니티는 경영 실패 후 2024년 4월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소액주주들에게는 주당 8천750원에 공개매수를 제안했다.
소액주주들이 인수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반발하자, 어피니티는 묘수를 썼다. 인수 주체를 해외 법인에서 국내 페이퍼컴퍼니로 바꾼 것이다. 상법 제360조의3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은 국내 법인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특별결의를 통과시켜 소액주주들을 강제로 내쫓았다. 소액주주들은 원치 않아도 청산가치(주당 순자산가치 1만1천685원)의 75%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지분을 넘겨야 했고, 락앤락은 작년 12월 상장폐지됐다.
◇같은 펀드로 락앤락·롯데렌탈 연속 인수…'렌터카 제국' 구축
업계에서는 어피니티가 락앤락에서 검증된 소액주주 축출 노하우를 롯데렌탈에서도 재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어피니티가 이렇게까지 롯데렌탈을 사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배경에는 '렌터카 제국' 구축 전략이 있다.
어피니티는 2018년 60억달러 규모로 결성한 5호 블라인드 펀드로 SK렌터카와 롯데렌탈 모두를 인수했다. 지난해 SK렌터카 인수 이후에도 2조원 가까이 남은 드라이파우더(투자 대기 자금)를 롯데렌탈 인수에 활용했다.
SK렌터카 인수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카리나 모빌리티 서비스(카리나 운송그룹)를 롯데렌탈 인수에서도 그대로 이용했다.
이는 렌터카 업계 1위 롯데렌탈과 2위 SK렌터카를 모두 인수하는 '볼트온' 전략으로, 차량 조달비·유지보수 비용 절감, 중고차 판매 채널 확대 등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소액주주 지분율 38.8%→32.3%로 축소
현재 롯데렌탈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은 유상증자 전 38.8%에서 증자 후 32.3%로 줄어들 예정이다.
이는 특별결의 저지는 물론 일반 안건에 대한 영향력도 크게 축소될 것으로 우려된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지분거래와 유상증자가 별개라면서 이렇게 논란이 되는 유상증자만 취소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패키지딜이라는 방증"이라며 "롯데그룹은 롯데렌탈 이사회의 도움으로 본인이 가지고 있지도 않은 '개헌선'을 어피니티에 헐값으로 만들어줬다"고 비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어피니티가 상장폐지를 위한 물밑작업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촬영 이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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