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선진국 중 이례적 관세 수입 대국…반년간 872억 달러
'안정 재원화'로 철폐·인하 더욱 어려워져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관세 수입이 급격히 증가하며 법인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세수 항목이 될 전망이다.
17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6월까지 미국 정부가 거둬들인 관세 수입은 총 872억 달러(원화 약 121조 원)에 달했다.
매체는 "관세가 안정적인 재원으로 자리 잡게 되면 향후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철폐하거나 인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 세수에서 관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8%다. 이는 영국(0.7%), 프랑스(0.006%), 중국(2.7%)보다 높다.
세관 수입이 전체 세수의 5% 이상인 국가는 35개국에 이르지만, 그중 선진국은 하나도 없다. 미국은 경제 대국 중 매우 이례적인 세수 구조를 보이게 된 셈이다.
◇'상호관세'·'자동차 관세'로 수입 급증
미 재무부에 따르면, 관세 수입은 상호관세가 시행된 4월 이후 급격히 늘어나 6월 한 달간 수입은 266억 달러로 예년의 4배 수준에 달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의 분석에 따르면 6월 말까지 기본 세율 10%의 상호관세로 177억 달러 이상, 자동차 부문 별도 관세로 107억 달러 이상의 수입이 발생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2025년 7월 13일 기준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은 20.6%에 달하며, 이는 19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1일부터 새로운 상호관세율을 발동할 예정이며, "더 많은 돈이 미국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라며 기대를 내비친 바 있다.
◇주요국 중에서도 이례적인 세수 구조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서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합의를 끌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7월 들어 발표된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와의 합의에서는, 미국이 약 20%의 고율 관세를 유지한 반면, 상대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사실상 '제로'로 만드는 비대칭적 구조가 드러났다.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의 스티븐 밀런 위원장은 지난 6일 ABC뉴스 인터뷰에서 "베트남과의 합의는 '극도로 일방적'이며 훌륭한 성과였다"고 자평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지난 달 이러한 추가 관세가 2035 회계연도까지 누적 2조 8천억 달러의 재정적자 감축 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체 세수(67조 5천억 달러)의 약 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장기화되면 정권 바뀌어도 철회 어려워져
관세가 미 정부 재정의 고정적 수입원으로 자리 잡게 되면 이후 관세를 철폐하거나 낮추는 것이 정치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
CBO는 2035 회계연도까지 예상되는 주요 세수에 대해 소득세 36조 8천억 달러, 급여세(사회보장세 등) 22조 달러, 법인세 4조 7천억 달러로 추산했다.
여기에 2조 8천억 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를 철폐할 경우, 이는 법인세율을 3분의 1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과 맞먹는 재정 타격을 야기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관세가 유지된 사례는 이미 있다.
1차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부터 시행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지적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광범위한 품목에 관세가 부과됐고 바이든 전 행정부조차 초기에는 철폐를 검토했지만 끝내 유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에 '불공정한 무역 관행' 시정을 요구하면서, 안보를 고려한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했고, 전기차(EV), 철강, 반도체 등 핵심 품목에 대해서는 오히려 관세율을 인상했다"며 "결과적으로 관세 인하를 통한 자유무역 기조는 1차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해 현재까지도 계속 이어지는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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