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이모저모] 리포트 매콤해졌지만…'낙관적 편향'은 여전
(서울=연합인포맥스) ○…"애널리스트의 낙관적 편향이 20년 이상 지속적으로 누적, 고착화됐다. 애널리스트가 제공하는 정보의 객관성과 신뢰성에 대한 우려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리서치센터의 '매수 일변도' 관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여러 차례의 관행 개선 시도가 있었지만, 애널리스트의 낙관적인 시선이 리포트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린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리서치센터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내 증시가 세계 주요국 가운데 최상위권의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증시를 끌어올린 주도주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상승세가 실적이 아닌 기대감에 오른다고 분석하며, 몇 업종에 대한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투자 의견을 낮춘 업종 중 대표적인 사례가 증권과 은행 등이다. 지난달 말 KB증권을 시작으로 총 5곳의 증권사가 미래에셋증권 투자 의견을 내렸다. 증시 호조에 따른 수혜와 IMA 등 신사업 기대감, 실적 개선 등이 이미 충분히 주가에 반영됐다는 의견이다.
스테이블코인 제도 법제화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한 인터넷 업체에도 박한 평가가 이어졌다. 주요 증권사는 카카오페이에 대한 매수 의견을 중립으로 조정했다.
2023년의 이차전지 랠리를 떠올리게한 원전·방산 업종에 대해서도 현재 주가가 고평가라는 의견이 나온다. 증권사는 한전KPS, LIG넥스원에 대한 투자 의견을 내렸고, 이러한 움직임은 실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올해 들어 투자 의견 하향을 적시한 리포트는 총 429건이 발표됐다. 지금까지 약 1만9천여개의 리포트가 발간된 점을 고려하면, 2% 수준이다. 예년보다 높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애널리스트의 낙관적 편향'이라는 제목의 오피니언을 냈다. 김 위원은 2000년부터 지난 25년여간 발표된 리포트를 분석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발표된 리포트 중 투자의견을 하향 변경한 경우는 1.3%에 불과했다. 올해 이 비율이 2.2%까지 올라온 셈이다.
시장의 관심이 쏠린 업종에 대한 의견이 쏟아지면서 리포트의 영향력을 체감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으나,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한 리포트는 여전히 적다.
김 위원은 이러한 관행이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증권사 직원과 애널리스트로서의 역할이 이해상충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투자은행 업무의 (잠재적) 고객인 상장 기업에 대해, 중개업무의 고객인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다"며 "정보의 원천인 기업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도 부정적 의견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개업무와 관련한 이해상충이 가장 크다. 애널리스트가 제공하는 정보의 대가는 기관투자자가 지급하는 중개 수수료에 합산되어 있다. 성과 평가에 중요하게 반영되는 세미나,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에도 기관의 입김이 미친다. 결국 중개 업무 성과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보의 편향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김 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중개 업무의 수익성과 매수 투자의견 비중 사이에는 유효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목표 주가와 실제 주가의 오차 역시 마찬가지다.
예상 수익률에서 실현 수익률을 차감한 예측 오차는 2020~2023년의 기간 동안 24.5%에 달했다. 특히 주가가 급등한 2020년의 보정 효과를 치우면, 기대 수익률과 실제 수익률의 차이는 39.7%까지 벌어진다. (증권부 박경은 기자)
[출처 : 자본시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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