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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코스피 5,000과 리서치 발전

2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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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코스피 5,000과 리서치 발전

토종증권사 낙관론만 접하는 국내시장, 글로벌하우스 비관론에 취약

리서치 독립성 강화해야 주식시장 신뢰도 상승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5000'을 공약한 가운데 검찰과 금융당국의 주가조작 근절 움직임이 강해졌다. 주식시장이 투자자 신뢰를 받아야 우상향할 수 있다는 상식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주가조작은 거짓정보 유포로 이뤄진다. 세력이 주식을 싸게 산 뒤 허위성 희소식을 퍼뜨리고, 순진한 투자자가 주식을 비싸게 사는 게 가장 일반적인 주가조작이다.

가격은 정보의 함수이기에 나쁜 정보는 비합리적인 가격을 만든다. 반대로 좋은 정보는 합리적인 가격을 형성한다. 그렇게 양질의 정보를 반영하는 시장은 믿음과 자금을 얻는다.

코스피 5,000을 앞당기려는 정부가 주가조작 근절만큼 고품질 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정보를 생산하는 증권사 리서치센터도 스스로 여러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

첫째는 독립적인 리서치다. 기업을 고객으로 삼는 증권사 특성상 기업에 가혹한 보고서를 발간하기 어렵다. 특히 초대형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아닌 국내 증권사라면 기업에 철저한 '을'이다.

이러한 현실은 통계에서 나타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나온 국내 애널리스트 보고서 중 '매수'와 '적극매수' 의견은 전체의 93.1%였다. '매도' 의견은 0.1%에 그쳤다. 매도 의견이 리포트 1000건 중 1건꼴로 나오는 셈이다.

토종 증권사의 낙관론만 접하는 시장은 글로벌 하우스의 비관론에 취약하다. 지난 17일 골드만삭스가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내린 탓에 9%가량 폭락한 SK하이닉스가 하나의 사례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에도 모건스탠리가 매도 의견을 낸 영향을 받아 6% 넘게 급락했다. 애초에 국내 증권사가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었다면 피할 수 있던 변동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둘째는 대중친화적인 리서치다. 인터넷통신 발달이 정보비대칭을 일부 해소했다지만, 일반투자자는 여전히 전문적 보고서를 어렵게 느낀다. 투자자가 기업분석과 주가전망 등 투자정보에 접근하는 데 장벽을 느끼면 공부하는 투자를 포기할 수 있다. 알아서 종목을 찍어준다는 '불법 리딩방'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쉽다.

많은 증권사가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쉬운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토스증권은 하나의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는 '독자중심주의'로 호평받고 있다. 보고서 아이템 발굴부터 구성, 문체까지 읽는 사람 관점에서 쓰는 게 토스증권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토스증권은 데이터분석 등을 통해 독자 관심사를 발굴하고, 파격에 가까운 일상적인 구어체로 리포트를 작성한다. 애널리스트의 깊은 분석글에 친절함을 더하는 '콘텐트 매니저'의 존재도 다른 증권사와 차별화된 지점이다.

마지막은 돈이 되는 리서치다. 정보 시장이 형성돼야 이윤창출 동기를 가진 이들이 양질의 정보를 공급할 수 있다. 업계가 고객에게 리서치를 무료로 배포하는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보고서 저작권도 주장하기 어려운 국내 현실과 달리 글로벌 리서치 시장에서는 다양한 유료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리서치 플랫폼 '스마트카르마'가 하나의 사례다. 2014년에 세워진 스마트카르마는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독립 애널리스트가 깊이 있는 유료 리서치를 제공하는 무대다. 사용자 5만5천 명이 1만개 넘는 기업에 관한 리포트를 찾아보는 곳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등 국내 이슈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은 이곳에서 영문 리포트를 찾아본다.

매도 리포트로 돈을 버는 사례도 있다. 미국에선 블루오카캐피탈·울프팩리서치·머디워터스 등 공매도 투자기관이 투자 수익을 얻을 목적으로 주가가 높은 기업에 부정적인 리포트를 낸다. 논리와 설득력을 갖춘 보고서가 수익으로 이어지기에 이들은 객관적인 시각에서 공매도 대상기업을 선별하고 분석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리서치 신뢰도 하락은 주식시장 효율성과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업계 자력으로 리서치 지형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한다. 정부가 코스피 5000시대를 열어가려면 리서치 발전도 뒷받침해야 한다.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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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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