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가 전한 '희소식'…삼성전자 컨콜 분위기 바꾸나
31일 확정 실적 발표…2Q 영업익 4.6조 '어닝 쇼크'
파운드리, 메모리 대비 관심·주목도 덜해…이번엔 다를까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삼성전자가 대규모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물량을 수주하며 오는 31일로 예정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분위기가 어떨지 관심이 모인다.
당초 이번 컨콜은 다소 우중충한 분위기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가 지난 8일 잠정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컨콜을 사흘 앞두고 파운드리에서 '깜짝 희소식'이 전해지며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이 생겼다.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삼성전자가 글로벌 대형기업과 총 22조7천648억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28일 시민들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간판 앞을 지나고 있다. 2025.7.28 jjaeck9@yna.co.kr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글로벌 대형기업과 22조7천648억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공시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의 7.6%에 달하는, 삼성 반도체의 역대 수주 중 최대 규모 거래다.
삼성전자는 경영상 비밀 유지를 이유로 계약 상대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미국 빅테크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공급 계약은 '가뭄의 단비'로 평가됐다. 매년 수조원대 적자를 내는 삼성 파운드리 입장에선 글로벌 주요 빅테크를 고객으로 유치해 사업에 반전을 꾀하는 게 급선무였다.
그래야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압도적 1위' 대만 TSMC를 쫓는 것은 물론, 거센 추격을 이어오는 중국 SMIC도 따돌릴 수 있다. 이들의 지난 1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은 TSMC(67.6%), 삼성(7.7%), SMIC(6%)였다.
특히 오는 31일 2분기 확정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장이 크게 관심을 가질 만한 소식을 전하며 컨콜의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이 생겼다.
그동안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사업의 '주인공'은 늘 메모리였다. 메모리의 흥망에 따라 반도체 사업을 넘어, 회사 전체 실적의 희비가 갈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특히 삼성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빠르게 수요가 늘어난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에서 경쟁사 SK하이닉스[000660]에 밀리며 언제 다시 '메모리 왕좌'를 되찾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매 분기 실적발표 컨콜 때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출처:삼성전자 IR 자료]
이번 컨콜 역시 비슷한 상황이 예상됐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4조6천억원에 불과했던 배경에 메모리 사업의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같은 일회성 비용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가능한 한 상반기 중 손실을 모두 털고 가기 위해 보수적으로 장부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에 비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시스템반도체는 상대적으로 '핫한 이슈'가 덜했다. 사실상 메모리가 벌어온 돈을 비메모리가 까먹는 구조가 매년 이어졌다.
특히 파운드리사업부는 컨콜에서 "주요 빅테크 등 고객사 확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말이 단골 멘트였다. 바꿔 해석하면 "아직 의미있는 수주를 따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오랫동안 이어진 수주 공백에 자연히 주목도도 떨어졌다.
특히 2분기엔 대(對)중국 제재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이익이 하락해 이에 대한 질문이 주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됐다. 판매 제약으로 관련 재고 충당이 발생한 데다 상승 기미가 보이지 않는 라인 가동률이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대규모 수주 소식을 전하며 시장 관계자들의 관심이 이 이슈에 쏠릴 거란 예상이 나왔다.
향후 파운드리 실적 개선의 주요 재료가 되는 것은 물론, 추가 수주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됐다. 심지어 시점도 컨콜 직전이다. 평소보다 컨콜에서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언급 빈도와 주목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재 삼성전자는 사업부별로 주요 임원이 1명씩 나와 컨콜에 참여하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부에선 노미정 파운드리 전략마케팅실 상무가 발표와 질의응답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오전 10시 확정 실적을 발표하고 컨콜을 진행한다. 여기서 2분기 실적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3분기 전망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밝힌다.
2분기 잠정 실적은 영업이익 4조6천억원, 매출액 74조원으로 시장의 기대를 1조원 이상 하회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파운드리 대형 수주에 힘입어 오전 11시45분 기준 전일 대비 3.03% 오른 6만7천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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