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이전으로 돌아왔다"…활황 되찾은 한국물, 숨 고르기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이슈로 한동안 주춤했던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상호관세 문제가 처음 부상한 지 3개월여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투자자들의 거센 매수세 속에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일부 섹터의 경우 이전 수준을 뛰어넘는 스프레드 절감세를 드러내기도 했다.
상호관세 유예시한(8월1일)을 앞두고 한미 협상으로 관심이 쏠리지만, 한국물 시장은 여름 휴가철 시즌을 맞아 숨 고르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조달이 9월께 재개된다는 점에서 변동성에서 일단은 한숨 돌렸지만 향후 어떤 이슈가 부상할지 모르는 만큼 긴장감을 놓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물 발행 신풍속도, 흥행 후 개점휴업
29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한동안 발행세가 이어졌던 한국물 시장이 고요해졌다.
지난 16일 5억달러 규모의 포모사본드 프라이싱(pricing)에 나섰던 한국수력원자력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이어 9월께의 재개를 앞두고 조달 준비에 한창이다.
공모 한국물 시장은 이번 달 중순까지 활황을 이어갔다.
이달 1일 한국수출입은행의 스털링본드(3억파운드)를 시작으로 뒤이어 한국가스공사(8억달러), NH투자증권(6억달러), 롯데물산(KB국민은행 보증, 3억달러), 신한금융지주(5억달러), NH농협은행(6억달러) 등이 달러채를 찍었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스털링본드에 이어 완탕본드(공모 홍콩달러 채권)를 발행해 이종통화 조달의 지평을 넓히기도 했다.
최근 한국물 시장의 달라진 점은 같은 날 여러 건의 발행물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지난 2일 한국가스공사와 NH투자증권은 같은 날 달러채 북빌딩에 나섰다.
이어 7일에는 신한금융지주와 롯데물산의 달러채, 수출입은행의 완탕본드 프라이싱이 진행됐다.
과거 한주에 두세곳의 발행사가 날짜를 달리해 조달에 나서던 것과 대조적이다.
기획재정부의 윈도우 제도에 변화가 드러난 데다 시장 변동성 또한 극심해진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과거 기재부는 발행사에 북빌딩 날짜를 이틀가량으로 지정한 윈도우를 부여했으나 올 2분기부터 기한을 일주일로 늘렸다.
매주 두세곳의 발행사를 배정하되, 한주라는 기간 안에서 자율성을 부여한 것이다.
올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로 시장이 출렁이면서 이는 발행사의 시장 대응력으로 연결됐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시장 환경 탓에 발행사들은 움직임이 크지 않은 틈을 겨냥해 같은 날 동시에 조달에 나섰다.
한국물에 대한 거센 매수세는 공급 물량을 모두 흡수했다.
발행을 거듭할수록 가산금리(스프레드) 절감에 속도가 붙으면서 4월 관세 불안 이전으로의 회복은 물론, 일부 섹터는 이전보다 더욱 타이트한 금리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시중銀 스프레드 절감 앞장…국책銀과 차이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시중은행이다.
시중은행은 유통시장에서 40bp대의 스프레드를 형성하면서 한국물 최고 크레디트를 자랑하는 국책은행과의 격차가 크지 않은 실정이다.
시중은행은 지난 4월 말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신한은행까지 발행이 이어졌다.
이어 이번 달 신한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 등의 금융권 조달이 계속되면서 유통시장에서의 스프레드 하락에도 속도가 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지난 14일 북빌딩에 나선 NH농협은행(무디스 기준 'Aa3')의 경우 발행물과 국책은행('Aa2') 유통물 간의 스프레드 차이를 한 자릿수까지 좁혔다.
한국물의 위상 변화도 한몫했다.
달러 고금리에 취약한 다른 아시아 국가 대비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정받으면서 반사효과를 누리는 측면 또한 엿보인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4월 관세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으로 회복한 것은 물론, 그 전보다 더욱 타이트닝된 상황"이라며 "아시아로 돈이 몰리고 있지만 주요 발행국은 많지 않다 보니 수급 불균형이 드러나면서 한국물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책은행의 스프레드 절감세가 더딘 환경 탓에 시중은행이 더욱 부각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책은행의 경우 연초 이후 이종통화 발행에 집중하면서 달러채 유통시장에서의 스프레드 축소에 속도가 붙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국책은행의 보증채 발행까지 맞물리면서 글로벌 기관들의 대체 투자처는 더욱 늘어났다.
한국물 인기는 한국 CDS 프리미엄에도 엿보이는 모습이다.
연합인포맥스 '글로벌 크레딧 차트'(화면번호 2494)에 따르면 전일 한국 5년 CDS 프리미엄은 22.01bp로, 연중 최저점을 경신했다.
지난 4월 관세 이슈가 부상하면서 45bp대까지 치솟은 후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은 결과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 '글로벌 크레딧 차트'(화면번호 2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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