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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직업' 장관들…李대통령과 국무회의서 생중계 불꽃 토론

25.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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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직업' 장관들…李대통령과 국무회의서 생중계 불꽃 토론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29일 꽁꽁 닫혀있던 국무회의장 문이 활짝 열렸다.

오전 10시, 국민의례를 위해 가슴에 손을 얹은 수십명의 공직자들이 용산 대통령실을 가득 채운 모습이 전파를 타고 실시간 공개됐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제33차 국무회의는 유튜브를 통해 편집 없이 생중계로 송출됐다.

역대 정부 중 국무회의를 생중계 한 것은 이재명 정부가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가 아직 임명되지 않은 국무위원을 제외하곤 새롭게 임명된 국무위원으로 채워진 첫 회의라며 말 문을 열었다.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됐지만 유임이 결정된 송미령 농림축산부 장관마저 '신임 국무위원'이라고 소개하며 전재수·정동영·한성숙·안규백·송미령 장관 등 새롭게 임기에 임하는 이들의 각오를 물으며 국무회의를 시작했다.

이날 20년만에 국무회의에 참석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얼마 전 이임한 한 국무위원이 자기가 장관으로 일 년 동안 참석해 국무회의에서 발언한 것보다 최근 두 번 참석한 국무회의에서의 발언이 더 많다고 하더라"며 "이재명 정부가 일하는 방식에 국민의 기대가 큰 것 같다"고 각오를 전했다.

◇ 중대재해 처벌 머리맞댄 장관들…李 "형사 처벌보단 경제적 불이익' 강조

이날 국무회의의 토론 주제는 반복되는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중대재해 근절 대책이었다.

이 대통령은 전일 발생한 포스코E&C의 산재 사망사고를 강도 높게 질타하며 김영환 고용노동부 장관을 시작으로 각 장관들에게 준비해 온 대책을 발표하게 하며 자유로운 토론을 유도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즉각적인 피드백으로 장관들의 정책 아이디어에 반응했다.

특히 주무 부처인 김영환 고용노동부 장관이 중대재해 처벌법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하자 이에 크게 공감하며, "상당 기간 지나도 산재가 줄어들지 않으면 (노동부 장관은) 진짜 직을 걸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농담 섞인 이 대통령의 발언이었지만, 국무위원들은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역력했다.

토론은 더 뜨거워졌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결국 시장의 힘에 의해 불이익을 높여 나가는 쪽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투자와 대출 등 기업, 특히 상장사의 경제적 불이익을 강화하는 대책을 발표하자 이 대통령은 큰 관심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금융위의 제안이 아주 재밌는 것 같다"며 "뻔한 산재사고가 반복적으로, 상습적으로 발생하면 여러차례 공시를 해서 투자를 안 하게 되면 주가가 폭락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의 토론은 조만간 국회에 상정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새 정부의 방향성을 시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재계에서 중대재해법을 자꾸 문제제기 한다. 사실 전 이게 실효적인가 하는 의문이 있긴 하다"며 "대부분 집행유예 정도로 끝나는 데다 실질적인 경영주, 즉 이익을 얻는 주체와 실제 처벌 받는 주체가 많이 괴리돼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사처벌은 결정적 수단이 못 되는 것 같고, 지출이 늘어나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며 "우연이 아니라 똑같은 현장에서 상습적이고 반복적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한다고 하면 이건 징벌적 배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줄곧 "안전 조치를 지키지 않는 것은 비용이 들어서다. 사람이 죽는 위험을 감수하는 게 이익인 사회"라며 "비용을 아꼈는데 나중에 지출해야 하는 대가가 훨씬 더 크다면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형사처벌보다는 경제적 불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중대재해 처벌법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이 산업재해 예방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제도 개선과 입법 과제를 추진하는 것도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생각을 여당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지자체장 시절에도 회의 생중계…"국민에 공개 못할 이유 없다"

이날 토론은 1시간 20분가량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예고에 없던 국무회의 생중계에 대해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앞서 중대재해 근절대책은 국민 모두에게 가감 없이 알려야 할 사안이라며 토론 과정을 여과 없이 생중계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사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국무회의 내용을 가급적 폭넓게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통상 역대 정부의 국무회의는 사전에 준비된 공개 발언이 진행되면 비공개로 전환한 뒤 정해진 순서에 따라 안건을 의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회의는 아무리 길어도 오찬 일정 이전에 끝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에서의 국무회의는 달랐다.

각 부처별 안건보고와 토론이 길어져 김밥이나 도시락을 먹으며 회의를 하는 등 점심시간을 훌쩍 넘기는 일이 잦았다.

때론 점심시간 정회 후 오후에 다시 국무회의를 이어가는 등 마라톤 회의를 할 때도 많았다.

국무회의 뿐만 아니라 최근 여름철 수해 대비 점검 회의에서도 비공개로 예정된 회의를 이 대통령은 즉석에서 공개로 전환해 주변을 놀래키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에도 도청 내 간부회의를 유튜브로 생중계해 직원들이 볼 수 있도록 한 적이 있다.

회의에서 결정된 정책을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다수가 의견을 공유하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취지였다고 한다.

이 같은 변화를 두고 관가에서는 일찌감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 부처 관계자는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장차관이 전날이면 회의 안건을 준비하는 데 하루를 다 쏟을 때가 많다"며 "과거처럼 그저 앉아있다가 오는 회의는 사라진지 오래다. 지금은 얼마나 효능감있게 정책을 이어갈 것인지를 설명하고, 대통령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공부해야 해 장차관이 극한 직업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처 관계자는 "실시간 되는 회의를 직원들이 볼 때도 많다"며 "조직의 수장이, 나의 상관이 어떻게 대통령의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는가를 실시간으로 평가받는 것과 마찬가지라 회의 참석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주재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산재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2025.7.29 hihong@yna.co.kr





산재 대책 듣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산업재해 관련 발표를 듣고 있다. 2025.7.29 hihong@yna.co.kr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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