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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의 힘' 기업 쪼개기 막았다…하나마이크론 분할 없던 일로

2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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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의 힘' 기업 쪼개기 막았다…하나마이크론 분할 없던 일로

기관 동참 없이 소액주주 연대로 인적분할 철회…주주행동주의 새 이정표

법원, 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적…절차적 정당성 제동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 하나마이크론이 추진하던 인적분할 계획이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 끝에 7개월 만에 결국 백지화됐다.

특히 이번 인적분할 철회는 별다른 기관투자자의 움직임 없이 소액주주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결집하고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며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주주행동주의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나마이크론은 전일 이사회를 열어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 철회'를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소액주주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우려와 법원의 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분할 절차의 원활한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철회 이유를 밝혔다.

◇'꼼수 분할' 논란부터 법원 제동까지…7개월 만의 '백기'

갈등은 지난 1월 하나마이크론이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경영 효율화를 내세웠지만 알짜 자회사인 하나머티리얼즈 등을 존속 지주사에 남기는 구조가 알려지며 '꼼수 승계'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소액주주들은 '무늬만 인적분할'이라며 즉각 반발했고, 공시 직후 주가는 14% 가까이 폭락했다.

소액주주들은 플랫폼 '액트'를 중심으로 결집해 표 대결에 나섰다. 지난 16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핵심 안건인 분할계획서는 가결됐지만 지주사 전환에 필수적인 정관 변경 안건이 부결되면서 계획은 반쪽짜리 성공에 그쳤다.

결정타는 법원에서 나왔다. 주총 위임장 절차의 하자를 문제 삼은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지난 28일 "제출된 위임장 중 상당수에 전화번호가 기재되지 않는 등 대리권 수여 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는지 의문"이라며 주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결정으로 분할 절차가 사실상 중단되자 하나마이크론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분할 계획을 철회하며 백기를 들었다.

◇주주행동주의 새 역사…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경고등'

하나마이크론의 사례는 소액주주 연대가 기업의 중대한 의사결정을 뒤집은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그간 지배주주 견제의 선봉에 섰던 기관투자자의 공개적인 움직임 없이 개인들의 힘만으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간 국내 자본시장에서 지배주주의 불공정 거래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의사결정을 저지하는 데는 주로 기관투자자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최근 인적분할 계획을 철회한 파마리서치는 머스트자산운용이 오너 2세 개인회사로의 '터널링(부당 내부거래)' 의혹을 제기한 공개 서한이 결정적이었다. 태광산업의 불투명한 교환사채(EB) 발행을 막아선 것은 트러스톤자산운용이었고, 현재 롯데렌탈의 경영권 매각 과정에도 VIP자산운용이 문제를 제기하며 맞서는 중이다.

이들 기관은 전문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지배주주의 경영권 오남용이 왜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지, 나아가 회사 전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논리적으로 지적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하는 등 여론전을 주도했다. 이는 소액주주들이 연대하고 싸울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으며, 때로는 직접 법원에 가처분 소송 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나마이크론은 이러한 기관의 구심점 없이 소액주주들이 자발적으로 연대해 승리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한국 주주행동주의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중심으로 결집한 개인 투자자들은 직접 법적 논리를 구성하고 위임장을 모아 주총 표 대결에 나섰으며, 결국 법원의 가처분 인용까지 끌어내 분할 계획을 백지화시켰다.

최근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한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등 주주권익 보호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 결정은 향후 유사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려는 기업들에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하나마이크론은 개인 투자자들만으로 지배주주를 멈춰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하나마이크론의 분할 철회로 아직까지 불공정 거래 구조를 고수하는 롯데렌탈의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마이크론

[촬영 이충원]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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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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