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인터뷰②] 김앤장 김지평 "절차적 정당성, 충실 의무 가늠자 될 것"
"주주 이익 고려한 정당한 결과 입증 어려워…과정이 중요"
"소액 주주 권익 커지는 만큼 적극적 IR 추세"
(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정수인 기자 = 올해 국내 기업들은 상법 개정이란 대격변에 직면한다. 모든 주주의 이익 보장이라는 주제 자체는 자본시장에서 그간 제기됐던 만큼 새롭지 않으나, 한국에서만큼은 '가보지 않은 길'에 가까운 실정이다.
상법 개정 내용 중에 특히 기업이 주목하는 부분은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였다. 모든 중요 결정에서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게 됐지만, 정작 주주의 이익에 부합한 결정이 무엇인지 그 실체에 대한 의문도 함께 커진 셈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18년 넘게 기업 지배구조 관련 이슈를 다뤄온 김지평 변호사는 그 과정에서 기업들이 자연스레 절차적 정당성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모든 주주의 이익을 충실히 고려한 의사결정 절차를 거친다면, 해당 거래의 경영상 필요성 및 절차적 정당성 등 실체적 정당성도 인정될 여지가 커진다는 판단에서다.
[출처: 김앤장 법률사무소]
김지평 변호사는 30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주를 위하여'라는 말, 그리고 '모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한다'는 그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들이 많은 분위기"라면서 "문맥 자체는 당연하고 원론적인데, 해당 규정이 구체적인 거래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주주 이익을 충분히 숙려했다는 그 기준에서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는 모습이다. 가령, 계열사 간 합병 등을 추진할 때 주식 비율이 정확히 얼마나 돼야 주주 이익을 고려했다고 볼 수 있는지 등 결과의 정당성은 주관의 영역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의 시선은 미국으로 향했다.
일찍이 주주 이익을 보호해왔던 미국은 주마다 적용되는 회사법이 달라 '회사법의 시장'으로도 불린다. 주들이 합리적인 회사법을 가지고 경쟁한다는 의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90% 이상 기업들이 모인 델라웨어 주에서는 절차적 정당성이 담보되는 제도를 도입한 기업에 한 해 책임에 대한 입증 부담을 낮췄다. 결과보다는, 절차가 공정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4년 미국 델라웨어 주에서 소액 주주 패소 결정을 내린 MFW 판례다.
M&F홀딩스는 자회사인 MFW의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잔여 주식 전부를 취득하려 하자, MFW 소액주주들은 M&F홀딩스와 이사들을 신인의무 위반으로 제소했다.
그럼에도 델라웨어주 대법원은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독립된 이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의 승인을 얻었을뿐더러, 소액주주 다수결의 동의를 받아 진행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미국의 판례 법리에 대해서도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상법 개정이 이루어지면서 다방면으로 변화가 예고돼 있다. 입법 예고된 내용들도 포함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내용은.
▲ 아무래도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충실 의무 도입이 가장 크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에 일반 규정으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및 집중투표 의무화를 들 수 있다. 기업 재무구조 측면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이 중요하다.
-- 그 영향이 광범위한 것 같은데, 특히 어떤 부분을 두고 기업들의 문의가 많은지.
▲ 기본적으로 이사회 운영이나 주주총회 운영, 주주 소통 등을 포함한 의사결정 절차와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이를 통해서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충실 의무 준수 및 책임 위험을 완화할 수 있고, 또한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및 집중 투표 의무화 도입 시에도 주주총회 이사 선임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의 지지를 얻을 수 있기도 하다.
-- 상법 개정이란 방향성 자체는 결정됐으니 이행 단계만 남은 건 아닌가.
▲ 이미 개정됐기에 입법론적 논란은 실무상 그 의미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정 상법하에서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충실의무가 구체적으로 어떤 거래 혹은 의사결정 사안에 대해서 적용되는지의 여부, 그리고 해당 사안에서 이사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서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중요하다. 법안 내용의 타당성 자체를 차치하고, 해당 규정 자체의 불명확성은 그 자체로 리스크로서 기업 의사결정의 비용으로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 구체적으로는.
▲ 어떠한 경우에 이사의 의무 위반이 인정되고, 이사 의무 위반 시에 그 책임이 어떻게 구제되는지가 중요하다, 사후적인 이사 책임 청구를 통한 민, 형사상 책임 외에도 이사 위법행위 유지청구권을 통한 가처분 등 거래를 사전에 방지하는 구제방안도 있다. 그런데 여전히 이사의 위법행위 유지청구권 상법 규정은 회사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주주 손해만 발생했을 경우 위 규정에 따른 사전적 유지가처분을 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이 명확하지 않다.
-- 결과의 책임이 강조되는 것 같다. 그럼 그 판단 기준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 개정 상법상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의무와 관련해 미국 등 선진국에서 판례를 통해서 그 판단기준이 정립돼 이를 참고하는 게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 MFW 판례나 와인버거 판례를 통해서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충실의무에 대해서 총체적 공정성 기준을 통해서 실체적 정당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요구하되, 독립이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통한 공정한 의사결정과 소수주주 다수결을 통한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면 위의 총체적 공정성 기준을 다시 경영판단의 원칙으로 완화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공정성이라는 주관적, 추상적 기준을 절차의 독립성으로 보증하는 구조이고, 최근 델라웨어주 의회는 회사법을 개정해서 상장폐지 거래 등 일부 거래를 제외하고는 두 요건 중 하나만을 충족하면 이사 의사결정의 정당성이 경영판단의 원칙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했다.
-- 기업들도 실제 절차적 정당성을 어떻게 마련할지 그 부분에 대한 관심이 클 것 같은데.
▲ 앞서 언급한 미국 법리를 고려해 이사회 사전 보고 및 심의, 의결 절차 등에 대한 보완 및 자료 유지 방안 등 의사결정 절차 개선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크다.
-- 이외에도 기업들이 촉각을 세우는 부분이 있을지.
▲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와 집중 투표제 의무화 역시 기업에 영향이 매우 큰 사안이다. 도입된다면 내년 주주총회부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지지 확보가 중요해진다. 집중 투표로 소수주주권 행사가 강화되면, 기관 투자자들의 지지 없이는 이사 선임 안건 가결 등이 어렵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기준상 모범적으로 이사회나 주총 운영을 하는 이사회 및 경영진을 지지하는 게 통상적이라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중요하다.
-- 제도 변화가 일어나면 결국 소액 주주들과의 소통이 중요해질 것 같은데.
▲ 그렇다. 절차적인 정당성을 강화하는 데 있어 IR(기업활동) 등 소통이 상당히 중요하다. 기본적으로는 공시를 충실히 해야 한다. 거버넌스 공시인 지배구조 보고서의 경우 15개 핵심 지표를 무조건 다 지켜야 하는 건 아니나, 이를 개선하고 상세한 공시를 하는 게 중요하다. 정식 공시 외에도 주총 과정에서 NDR이나 실적발표 등 IR의 적극적 진행이 소통과정에서 중요해졌다.
-- 의사 결정에서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인수·합병(M&A) 등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M&A 실무도 많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상장회사 M&A 과정에서 대주주만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하는 거래 구조에서 소수주주가 소외된다는 문제가 그간 제기돼왔다.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의무공개매수가 논의되고 있지만, 이와 별도로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충실의무 도입으로 대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 매각에 대해서 회사의 이사가 실사 자료 제공 등 지원을 하거나, 제3자 배정 신주발행을 통해서 거래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에 대해서 이사의 의무 위반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 유의가 필요하다. 실제 기존 상법하에서도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한 가처분 소송 등이 있었다.
-- 그 과정에서 로펌의 역할이 이전보다 중요해진 것 같다.
▲ 이사의 법적 의무와 책임에 대한 사항이 문제 되기에 기본적으로 다른 전문 자문사보다 로펌의 역할과 자문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사전적 예방을 위한 기업 의사결정 절차 및 지배구조 개선 자문 및 사후적인 책임 소송 방어를 위한 법률적 조력 업무 모두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 로펌 간 차별화를 가르는 요인을 꼽는다고 하면.
▲ 기본적으로 상법상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충실의무 규정 및 이에 대한 민, 형사상 책임 완화를 위한 종합적 자문을 위해서는 회사법 및 지배구조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 상법 및 자본시장법 등에 대한 체계적 이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소송 및 형사상 업무상 배임죄 소송 등에 대한 소송법적 지식 및 전문성도 중요하다. 재무 및 회계 관련 전문성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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